불 꺼진 밤, 화면에 비치는 제 모습을 싫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 갖게 되었을 땐, 시간관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듣고 뭐든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풍성한 인생을 들여다보고 비교하고 웃고 지쳐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매번 이런 시간들을 나무라면서도 어느새 손에 이 작은 물건을 쥐고 놓지 못합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자고 생각하지만, 온종일 시선과 마음을 소모하고 맙니다. 가방 속에 읽을 책이 있는데도 배터리가 나가도록 쓸모도 없는 것들을 누르고, 까무룩 잠들기 전까지 눈이 흐려지도록 쳐다봅니다. 말로는 아날로그를 지향합니다. 종이의 촉감을 좋아하고, 털실로 짜 맞추는 놀이를 사랑하고, 베란다에 바질도 키우고 싶어 하지요. 언제부턴가 그런 작은 시도조차 타인의 발자취를 찾아보지 않고서는 시작도 못하는 나를 봅니다. 사실 오감은 아무것도 느끼질 못했는데 납작한 문지름 몇 번에 가볍게 만족해버리는 나에게 질려버렸어요.
나는 자주 지고, 낮은 장애물에도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씩 마음과 머리가 만나는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작은 자판을 두드리며 쓰고 있는 이 글처럼 말입니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횟수만큼 쌓여갔던 무거움 대신, 가볍게 제 이야기를 쌓아보려고 해요. 한번, 또 한번 적다 보면 머릿속으로 바라는 저 멀리 있는 사람과 배게 위의 늘어진 이 사람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