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일상도 예쁩니다.

하염없이 흔들려도 가눠주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by kangkot




SNS에서 장난처럼 본 올해의 운세는 '대길'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전혀 믿지 않는다며 노란 화면에 자음을 난발하면서도 내 손가락은 남몰래 화면을 저장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벌써 세 번째 달력을 넘기고도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왠지 그 '대길'을 탓하게 됩니다. 괜한 너의 그 당당함 때문에 뭔가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어이없게도 헛바람과 함께 피식피식 게으름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요.


오늘도 그런 날입니다.

며칠을 준비한 기대 덩어리들을 그득그득 가방에 가득 담아간 날, 어쩌면 오늘은 사람들이 나의 열과 성을 알아봐 줄 수도 있겠다고 바란 날, 실망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눈에 힘을 바짝 주어야 했던 매일과 다르지 않은 그런 날, 누구에게나 있는 언젠가가 나한테는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날말이에요.


그런데 지하철에 올라타자마자 빈자리가 났습니다. 그것도 임산부 스티커가 없는 맨 끝자리! 백팩을 앞으로 돌려 매고, 바른 자세는 아니지만 세상에서 제일 편한 느낌으로 등을 기댑니다. 아까부터 어깨를 누르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니, 눈꺼풀이 슬슬 내려오네요. 이런 하루, 앉아서 갈 수 있다니 역시 올해는 대길인 것 같습니다.


볼썽사나울 정도로 흔들리는 고개가 느껴지지만, 하염없이 흔들려도 누군가 가눠주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조금 더 힘차게 흔들려볼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