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부진에 빠져 있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체코를 상대로 2023 WBC 대회 첫 승을 신고했습니다. 1회초 공격부터 상대 선발의 난조를 놓치지 않고 5득점하며 승기를 잡은 덕분에 7-3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3실점한 것은 역시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날 경기마저 내 준다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되었던만큼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참가중인 투수진 가운데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평가되고 있는 박세웅(롯데)을 선발로 내세우며 필승 의지를 블태웠습니다. 기대대로 박세웅은 4와 2/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 투구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믿었던 박세웅마저 초반에 실점을 허용했더라면 체코와의 경기 향방도 어떻게 되었을 지 낙관하기 어려웠습니다. KBO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고 하는데 세미 프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체코를 상대해서도 믿고 내보낼만한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일까요. 박세웅의 뒤를 이어 등판한 곽빈(1.1이닝 2실점), 고영표(0.2이닝 1실점), 김원중(0.1이닝 1피안타 1사사구) 그 누구의 피칭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실낱 같은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는 대표팀으로선 체코전 승리는 거뒀지만 경기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득점은 최대한 많이 하되, 실점은 최소화하는 것이 지상 목표였는데 2회까지 6득점하며 초반 기세를 올린 것까진 좋았지만 이후 타선이 또한번 침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부진했던 김하성이 홈런 2방을 날린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비에서의 집중력도 아쉬웠습니다. 특히 경기 후반에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로 3실점한 것은 뼈아픕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절박한 상황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압박감을 안겨주고 있어 플레이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7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2실점한 장면은 좌익수 김현수(LG)의 타구 판단에 아쉬움이 있었고, 8회 추가 실점 역시 양의지가 파울 타구를 잡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또 하나, 양의지(두산)가 포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큰 것 한방씩을 터뜨리며 공격에선 큰 역할을 했지만, 포수의 본분이라고 할 수 있는 볼배합에선 아쉬운 모습이 많았습니다. 제구력이 흔들리는 젊은 투수들을 잘 다독이며 마운드의 안정감을 심어주던 모습이 잘 보이질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이 또한 예상치 못했던 호주전 패배가 불러온 반갑지 않은 도미노 효과입니다.
야수 가운데 가장 체력적 부담이 큰 것이 포수 포지션임을 고려해 본다면 상대팀의 전력에 따른 효율적인 선수 기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대회에 양의지와 함께 선발된 이지영(키움) 역시 뛰어난 포수이지만, 연패의 과도한 중압감 때문에 벤치에서 체코전에서도 양의지에게 마스크를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우리 팀으로선 비극입니다.
WBC 첫 승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뉴스에서 제대로 경기 소식조차 전하지 않고 있는 서글픈 상황입니다. SBS 스포츠 뉴스에서는 야구 대표팀 소식은 일언반구도 없이 호주전에서 터진 일본 대표팀 오타니 선수의 초대형 홈런 소식을 생생한 화면과 함께 전해주더군요. 대표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뒤늦은 감은 있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