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交叉)

익숙함이 낯설게 다가올 때

by 강라마

회색 하늘 아래, 십자가 하나가 서 있었다.

불교의 나라라 불리는 태국,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길을 걸으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언제나 사원이다.

금빛 불상, 탑, 그리고 지붕 위의 장식들.

그 풍경은 너무 자연스러워, 의식하지 않아도 시선이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십자가를 볼 때마다, 아직도 어딘가 어색하다.

한국에서는 동네마다 교회가 있었고, 그 모습은 일상처럼 당연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낯익은 것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익숙한 기호가, 전혀 다른 땅에서 낯선 자리의 표식처럼 서 있다.

사원과 십자가가 공존하는 풍경.

당연함과 어색함이 교차하는 자리.

그 모순 같은 장면이야말로, 태국을 더 태국답게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낯섦조차 하나의 일상처럼, 풍경 속에 자연스레 섞여 있었다.

P1000384.jpg <교차(交叉)> 2025.08 | Thailand_Bangkok(Thon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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