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낯설게 다가올 때
회색 하늘 아래, 십자가 하나가 서 있었다.
불교의 나라라 불리는 태국,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길을 걸으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언제나 사원이다.
금빛 불상, 탑, 그리고 지붕 위의 장식들.
그 풍경은 너무 자연스러워, 의식하지 않아도 시선이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십자가를 볼 때마다, 아직도 어딘가 어색하다.
한국에서는 동네마다 교회가 있었고, 그 모습은 일상처럼 당연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낯익은 것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익숙한 기호가, 전혀 다른 땅에서 낯선 자리의 표식처럼 서 있다.
사원과 십자가가 공존하는 풍경.
당연함과 어색함이 교차하는 자리.
그 모순 같은 장면이야말로, 태국을 더 태국답게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낯섦조차 하나의 일상처럼, 풍경 속에 자연스레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