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사콘 | 1
사뭇사콘으로 가는 길은 늘 서울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던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건물 사이에 염전 같은 여백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바다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방콕의 소금창고였고, 왕실 바지들이 드나들던 물길이기도 했다.
1. 판타이 노라싱(Phanthai Norasing): 태국 정직의 상징
판타이 노라싱 역사공원은 조용했다.
태국인들이 ‘정직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인물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1704년, 아유타야 시대.
왕실 바지 에카차이가 굽은 물길에서 나뭇가지에 부딪혀 용머리가 부서졌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조종사의 큰 과실로 간주되는 일이었다. 노라싱은 왕이 사면하려 했음에도 스스로 처형을 청했다. 법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였다. 그의 선택은 오랜 시간이 지나 종교적 기념으로 자리 잡았다.
숲 속 사당 앞에서 조용히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표정은 단순한 기복과는 조금 다르다. 공적 책임을 떠올릴 때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인물이라서일 것이다. 공원은 옛 물길을 따라 구성되어 있다.
노라싱이 마지막으로 지나던 운하의 곡선도 그대로 남아 있다. 바람이 지나갈 때 나뭇가지가 물결처럼 흔들리고, 그 사이로 오래전 배가 스쳐 지나가던 광경이 잠깐 떠오른다. 이곳이 실제로 왕실 바지의 경로였다는 사실이 조금 실감나는 순간이다.
사당은 크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공간에 품는 마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묘한 존중이 있다. 형벌과 희생의 이야기가 시간 속에서 신앙으로 변하는 방식은 태국만의 결을 지닌다. 사당에서 나와 숲을 다시 바라보니, 전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정직이라는 말이 이렇게 조용한 숲에서 더 크게 들리기도 한다.
2. 싸판댕(Saphan Daeng - 붉은 다리): 바다의 끝에 선 마을
노라싱 역사 공원에서 차로 10분쯤 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싸판댕.
지도에서는 ‘바다’로 표시되지만 우리가 아는 해변과는 꽤 다르다.
여긴 마치 땅이 바다에 잠식되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춘 것 같다.
하늘과 바다만 남아 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붉은 다리 하나가 길게 뻗어 있다. 갈매기떼는 예상보다 훨씬 가까이 날아들고, 손을 내밀면 먹이를 먹기 위해 다가온다. 돌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멀리까지 이어지는 짙푸른 수평선, 바람이 스칠 때 바다 표면에 생기는 얇은 흔들림, 갈매기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선들. 어떤 순간에는 땅을 밟고 있다는 감각이 흐려진다.
수평선 위의 작은 전망대에 홀로 서 있는 느낌. 도시의 소음과는 동떨어진, 시간의 속도가 다른 곳.
싸판댕이 있는 곳은 그런 풍경을 가진 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