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이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차오프라야 강물이 내가 가끔 걷던 공원길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흰 난간은 물에 잠긴 채 흔들리고, 길은 더 이상 길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오래된 기억이 물속에 잠긴 것처럼 자리를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2025년 11월 15일(촬영일).
달력으론 건기지만, 강 수위는 해마다 더 높아진다.
북쪽의 댐들은 이미 꽉 찼고 결국 매일 물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물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강변 도시들을 잠식하고 있다.
아유타야 사원들도 물에 잠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벽화와 불상, 긴 세월을 견뎌온 벽돌들까지 하룻밤 사이에 다시 강의 일부가 되고 말았다.
2011년 대홍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에도 태국은 매년 홍수에 시달린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기후 변화로 태풍의 길이 바뀌고, 라오스·미얀마 쪽에선 예측 못 할 비가 자주 쏟아진다.
게다가 도시화로 강 주변의 흙과 습지가 사라져 물이 잠시 머물 자리조차 없어졌다.
강은 예전보다 더 얇은 길을 흘러야 하고, 조금만 방류해도 금세 넘쳐버린다.
논타부리의 강변 지역과 꼬껫은 늘 이 피해의 앞줄에 서 있다.
섬처럼 둘러싸인 땅은 매년 같은 이유로 잠기고, 그 안의 사람들은 익숙한 듯 강물의 높이를 그냥 바라본다.
길은 사라졌지만, 그 위를 여전히 걸어가는 이들도 보였다.
마치 땅이 아닌, 잠시 떠 있는 무언가를 걷는 것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켰다.
이 장면이 단순한 ‘재해의 기록’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남긴 표정 같았고, 잠깐 멈춰 서서 바라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은 앞으로도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를 도시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