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凝視)

표정이 풍경을 바꾸는 순간

by 강라마

왓 빡남 파씨짜런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곳이었다.

사진가들이 올린 이미지도 여러 번 보았고, 방콕의 새로운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늘 “언젠가 가야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몇 년 동안 지나쳐온 장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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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凝視)> 2025.11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Gaeun)

입구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불상의 얼굴이 아니라 압도적인 뒷모습이었다.
지붕 위로 솟은 등과 어깨, 석양빛을 반사하는 매끄러운 표면, 멀리서도 바로 느껴지는 존재감.
정면을 보기도 전인데 이미 공간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앞으로 걸어 들어가자 드디어 불상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익숙한 얼굴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대형 불상은 전통적인 태국 불상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곡선의 디테일, 눈매의 깊이, 광대의 흐름과 빛을 머금는 표면의 질감까지 의도적으로 현대적인 조형미가 섞여 있다. 그래서인지 얼굴에 생동감이 있었다.
그저 ‘조각된 얼굴’이 아니라 어딘가 살아 있는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순간부터는 크기보다 표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이 거대한 얼굴에게 바라보여지는 느낌.
시선이 교차하는 듯한 묘한 순간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왓 빡남의 불상은 단순히 크기로 기억되는 조형물이 아니다.
얼굴 하나로 전체 공간을 지배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기서 왜 수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는지, 왜 이 얼굴이 그렇게 많이 기록되어 왔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