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다른 태국] 화려한 침묵

방콕 | 11

by 강라마

방콕 서쪽, 강물이 천천히 도시를 가르는 파씨 짜런 구역.
이 골목의 끝에서 사람들은 늘 같은 방향으로 걸음을 멈춘다.
높이 69미터, 도심 어디서든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금빛 좌불상 때문이다.

태양이 비출 때마다 황금빛이 강물 위에 번져 마치 도시 전체를 하나의 법당처럼 감싸는 얼굴.
이 불상 하나만으로도 왓빡남 사원은 ‘방콕의 랜드마크’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곳의 가장 깊은 이야기는 불상도, 유리탑도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보고 돌아가지만, 왓빡남의 본질은 아주 조용한 2층의 한 방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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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빛 좌불상과 유리탑

왓빡남 사원의 상징은 두 가지다.

① 69m 금빛 좌불상<Phra Buddha Dhammakaya Thepmongkhon>

2021년에 공개된 이 거대한 불상은, 왓빡남이 20세기부터 이어온 명상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징물이다.

도심 야외 불상 중 최대급

미세한 금빛 도장으로 빛 반사가 강함

비가 오면 금빛이 더 선명해지는 특수 표면

하늘과 강을 동시에 품어 “빛의 얼굴”이라 불림

방콕 어디에서든 이 불상의 윤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는 “도시를 밝히는 등불”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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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ra Buddha Dhammakaya Thepmongkhon | 2025.11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

② 초록빛 유리탑 — 마하 라차몽콜 대불탑 내부

대불탑 내부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유리탑, 은하처럼 회전하는 벽화, 공기마저 고요해지는 둥근 공간.

이곳은 담마까야 명상 전통의 상징적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관광객들은 이 장면을 ‘왓빡남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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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루앙포 쏫의 금색 관

사원 입구 쪽 별채 건물 2층. 화려한 유리탑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 흐른다.

작고 조용한 방 한가운데, 금색 관이 놓여 있다. 이곳에 모셔진 인물은 왓빡남의 명상 수행을 부흥시킨 스승, 루앙포 쏫(Luang Por Sot Chandasaro, 1884–1959). ‘썩지 않는 몸’ 전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59년 스님이 입적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강한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았음

형태가 잘 유지되었다는 구전 기록이 남음

이후 ‘기적’ 혹은 ‘성인의 징표’로 받아들여짐

현재는 금색 관이 굳게 닫혀 있어 그 몸이 어떤 상태인지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도 말한다.

“이 방에는 다른 공간과 다른 기운이 흐른다.”

그래서 많은 태국인들은 유리탑이 아니라, 이 2층의 조용한 방을 ‘왓빡남의 진짜 중심’이라 부른다.

IMGP0175.JPG 루앙포 쏫의 실제 관 | 2025.11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

3. 루앙포 쏫과 담마까야 명상의 탄생

왓빡남을 이야기할 때 루앙포 쏫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평생을 명상 연구에 바쳤고, ‘담마까야 명상(Dhammakaya Meditation)’의 기틀을 잡은 인물이다. 이 방식은 마음의 중심을 ‘몸의 정중앙’에 두고 그곳에서 빛과 고요를 찾아가는 전통적 수행법이다. 근대 태국 불교가 서구 영향을 받으며 흔들리던 시절, 루앙포 쏫은 “수행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그 결심의 결과가 바로 오늘의 왓빡남이다. 현재 태국 전역의 수행자들, 그리고 해외 수행 센터의 많은 승려들이 그를 ‘근대 명상 부흥의 아버지’로 기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단순히 불상 앞에서 기도만 하는 이들뿐 아니라, 관 앞에서, 혹은 대법당의 넓은 바닥 한쪽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화려한 사찰 속에 숨은 또 하나의 진짜 모습. 왓빡남은 여전히 ‘명상으로 이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는 셈이다.


4. 사원이 품은 두 개의 얼굴

왓빡남은 독특하다.

외부에서는 도시의 상징이 되고

내부에서는 명상의 중심이 되고

2층의 작은 방에서는 스승의 숨결이 이어진다

겉은 크고 화려하지만, 이 사원의 진짜 심장은 조용한 방 속 금색 관이다.

이 극적인 대비가 왓빡남을 그저 ‘예쁜 사원’에서 ‘이야기를 품은 장소’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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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빡남 | 2025.11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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