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다른 태국> 왕자의 선택

나콘파톰 | 1

by 강라마

방콕 서쪽으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보면, 도시가 갑자기 느슨해지는 지점이 있다.
소음이 줄어들고, 건물 사이 간격이 넓어지며 공기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

마히돌 대학교 살라야 캠퍼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의외였다.

‘생각보다 너무 넓다.’

크다는 표현보다, ‘여유가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Prince Mahidol Hall | 2026.01 | Thailand_Nakhon Pathom | Copyright © llama.foto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건물이 아니었다.
나무였다.

정리된 조경이라기보다 원래 있던 숲 사이로 길을 내고, 그 사이에 건물을 놓은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캠퍼스 전체가 묘하게 조용하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리가 오래 머물지 않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태국의 모든 대학 캠퍼스가 이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캠퍼스 중에서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곳이었다는 건 분명하다.


캠퍼스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카페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나온다.
사실 처음엔 “카페 존” 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됐다.

카페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카페 옆으로 물가가 이어지고, 그 주변을 둘러싼 나무와 식생이 마치 숲 안쪽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조성돼 있었다.

‘여기가 정말 대학 안이 맞나?’

그 순간이 꽤 인상적이었다.
자연을 배경으로 둔 공간이 아니라, 자연 안에 공간을 얹어 둔 느낌.

마히돌 대학 카페 옆 | 2026.01 | Thailand_Nakhon Pathom | Copyright © llama.foto

마히돌 러닝 센터도 비슷했다.

노출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
과하게 멋을 부린 흔적은 없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이 ‘공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게 바로 느껴진다. 학생들은 식사를 하고, 조용히 회의를 하고, 각자 노트북을 펼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머무르게 되는 구조였다.

그곳에 앉아 있으니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기 좋겠다.’

마히돌 러닝 센터 | 2026.01 | Thailand_Nakhon Pathom | Copyright © llama.foto

이 캠퍼스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마히돌 왕자.

그는 왕이 되기보다 의사가 되기를 선택했던 사람이고, 권력을 드러내기보다 사람을 키우는 구조를 남기려 했던 인물이다.

캠퍼스 어디에도 그를 과하게 기념하는 장치는 많지 않다.

대신 남아 있는 건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 지치지 않게 설계된 동선, 그리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다.

그의 생각이 설명이 아니라 공간으로 남아 있다는 느낌.


살라야 캠퍼스는 마히돌의 사상이 교육과 연구의 형태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사상이 실제로 사람을 살리고, 현장에서 작동했던 공간은 시리랏 병원이다.

이야기와 마히돌 왕자에 대한 부분은 다른 편에서 좀 더 깊이 다룰 예정이다.
다만 하나는 분명해졌다.

이 캠퍼스를 먼저 걷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마히돌은 왕실의 다른 길이었다”고 말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조용하고, 넓고, 사람을 재촉하지 않는 공간.

이곳은 대학 캠퍼스이기 이전에 한 시대의 생각이 풍경으로 남아 있는 장소였다.

마히돌 왕자 동상 | 2026.01 | Thailand_Nakhon Pathom | Copyright © llama.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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