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다른 태국> 낯섦의 이유

논타부리 | 3

by 강라마

방콕의 이 시기를 처음 맞이한 사람이라면 거의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여기… 태국 맞나요?”

거리에는 붉은 등이 끝없이 걸리고, 용춤과 사자춤이 울리고, 금색 글자가 새겨진 장식과 향 냄새가 공기를 채운다.

한국인에게는 ‘구정’, 중국인에게는 ‘춘절’이라 불리는 이 명절이 태국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크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 풍경을 처음 본 여행자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태국이 중국 문화를 특별히 숭상하는 나라일까?”

하지만 이 장면은 ‘영향’의 결과가 아니라 태국 역사 속에서 이미 한 부분이 되어버린 시간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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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태국에 중국 문화가 강하게 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문화 수입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사람의 이동 때문이다.

아유타야 시대부터 시작된 중국 상인들의 정착은 라따나꼬신 초기,

그리고 19세기 무역 확대를 거치며 대규모 이주로 이어졌다.

그들은 단순한 이방인이 아니었다.

쌀 무역을 담당했고

도시 상업 구조를 만들었으며

금융과 유통망을 구축했고

태국 사회의 중산층과 상공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태국 인구의 상당수가 이 화교 후손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질 정도다.

즉 태국에서 춘절은 “외국 명절”이 아니라 태국 사회 구성원의 명절이다.


한국에서는 설날이 가족 중심의 명절이라면,

태국의 춘절은 공동체와 도시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시간에 가깝다.

상점이 붉은 종이로 장식되고

조상 제사를 준비하며

사업 번창과 복을 기원한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이런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태국이 역사적으로 종교보다 관계와 조화를 중시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국 불교, 중국 신앙, 힌두 전통은 경계 없이 같은 도시 안에서 공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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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Wat Leng Noei Yi 2

이번 춘절에 처음 방문한 이 사원은 그 질문에 대한 또 다른 답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오래된 유적이 아니다.
1996년, 라마 9세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현대에 만들어진 기념 사찰이다.

이 사실이 오히려 중요하다.

이 사원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태국 사회가 지금도 화교 문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사원을 이해하려면 방콕 차이나타운 한가운데에 있는 망컨 사원(Wat Mangkon Kamalawat)을 먼저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야오와랏을 방문했다면 한 번쯤 지나쳤을, 붉은 기둥과 향 연기로 가득한 바로 그 사원이다.
태국 화교 사회의 중심 사찰이자, 춘절과 채식제 기간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논타부리에 있는 Wat Leng Noei Yi 2는 이 망컨 사원의 ‘분원’이자 확장된 수행 공간으로 조성된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원래의 사원이 신도와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간이 부족해졌고,

보다 넓은 부지에서 의식과 참배를 이어가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이름도 자연스럽게 첫 번째 사원의 전통을 잇는 두 번째 공간이라는 의미로 불리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사원이 단순히 새로 지어진 중국식 사찰이 아니라,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신앙의 흐름이 도시 밖으로 확장되며 만들어낸 현대적인 연장선이라는 점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야오와랏의 망컨 사원이 ‘역사 속 중심’이라면,
논타부리의 이 사원은 그 신앙이 오늘날까지 계속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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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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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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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Wat Leng Noei Yi 2는 전형적인 태국 사원이 아니다.

지붕은 중국 황궁 양식을 따르고, 전각 배치는 명·청 시대 건축을 기반으로 하며, 관음보살과 도교적 신격이 함께 모셔져 있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 문화의 전시장이 아니라 태국 사람들이 실제로 와서 기도하는 공간이다.

사업이 잘 되기를, 가족이 평안하기를, 새로운 해가 복되기를.

기도의 내용은 태국 사찰과 다르지 않다. 형식만 다를 뿐이다.


태국이라는 나라의 또 다른 얼굴이다

많은 여행자는 국가를 하나의 문화로만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태국은 애초부터 단일한 문화로 형성된 나라가 아니었다.

인도에서 불교를 받아들이고, 크메르 문명을 거쳐 왕권을 형성하고,

중국 상인들과 함께 도시를 발전시켜 왔다.

그 모든 층이 지금도 동시에 존재한다.

춘절의 붉은 거리도, 황금빛 태국 사원도, 그리고 이 중국식 불교 사원도 모두 같은 시간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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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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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 Boromracha Kanchanaphisek | 2026.02 | Thailand_Nonthaburi | Copyright © llama.foto

겹쳐진 역사다

춘절의 방콕이 중국처럼 보이는 이유는 태국이 다른 나라를 닮으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의 시간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계절의 태국은 어떤 한 나라의 풍경이 아니라
동아시아 해상 교류가 남긴 긴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Wat Leng Noei Yi 2는 그 이야기가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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