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권위와 숨 사이의 간격

by 강라마

왕궁 근처에서 촬영을 할 때였다. 나는 늘 그렇듯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주차장에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려는 순간, 경찰 한 명이 천천히 다가왔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면허증을 확인하겠다는 짧은 요청. 어쩌면 일상적인 점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괜히 마음이 한 번 움츠러든다.

잘못한 건 없다. 태국 생활도 꽤 오래 되었고 낯선 환경도 아니다.

그럼에도 왕궁 근처에 오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진다.

군인과 경찰의 숫자가 다른 지역보다 눈에 띄게 많고,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진다.

태국은 왕권에 대한 존중이 매우 엄격한 사회다. 모독에 대한 법 또한 강하다.
그래서일까. 이 지역에 서 있으면 말투와 몸짓까지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존중과 긴장이 함께 흐르는 공간.

그곳은 아름답고 위엄 있지만 동시에 늘 약간의 긴장감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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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 2026.02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Gaeun)

그래서 룸피니 공원에 앉아 있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공원이 왕궁 바로 옆에 조성되었다면 사람들은 지금처럼 편안했을까.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 해도 권위의 중심 바로 곁이라면 몸은 쉬어도 마음은 완전히 놓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라마 6세는 왕궁 한복판이 아니라 다소 거리가 있는, 그저 들판이었던 빈 땅에 이 공원을 조성했다.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

권위의 중심과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숨 쉬게 하겠다는 선택.

그 결정 하나만큼은 분명 시민을 향해 있었다.

그 사실이 생각보다 깊이 와닿았다. 권위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 그 한 걸음이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나는 이번에 그 거리를 처음으로 의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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