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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루 Jan 22. 2022

장 마리 르 클레지오의 발자취를 찾아서...

[지금은 새벽 두시 반] 제1화

난 불교도는 아니지만 산사를 찾는 건 언제나 상쾌하고 설렌다. 어렸을 적 해불암 비구니 스님이 만들어 주셨던 곶감 장아찌와 연근튀김 생각도 나고 (돈 대신 쌀을 가져가면 밥을 지어 주셨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사바의 능선을 바라보고 대흥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단청과 공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떠올려본다. 가을이 오면 꽃무릇을 찾아 불갑사로 향하고 눈이 오는 날이면 만연사 배롱나무의 연등을 찾는다.


한국의 산사는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황금물고기로 유명한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우리나라를 여러 번 방문했는데 그중 이곳을 20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고 한다. 천불천탑 전설이 너무나 경이롭다고 말하는 그는 이 사찰을 시로 적었다. 비록 우리말이 서툴러 프랑스어로 발간하였지만 그의 깊이 있는 한국에 관한 이해를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어를 아시는 분들은 원어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길어질까 봐 프랑스어는 생략한다. 또한 내가 생략한 부분이 많으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운주사(雲住寺), 가을비 - 르 클레지오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분이었으나 한분 시위 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 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운주사의

가을 단풍 속에

구름 도량을 바치고 계시는

두 분 부처님을

아뜩 잊은 채

찾고 달리고

붙잡고 쓸어간다

Loashi (老师, 스승)의 형상을 한 돌부처님

당신(堂神)을 닮은 부처님

뜬눈으로 새는 밤

동대문의 네온 불이

숲의 잔가지들만큼이나

휘황한 상점의 꿈을 꾸실까?

 - 중략 -

세상의 한끝에서

사막의 한끝에서

조명탄이 작열하며 갓 시작한 밤을 사른다.

갈망하고 표류하고

앞지른다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숲의 부러진 나뭇가지들처럼

나는 여기서 휘도는 바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 속으로 회색의 아이들을 눕히는 바람에 대해

매운 사막의 관위로

- 중략 -

기다리고 나이를 먹고 비가 온다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 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님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


글의 마지막 사진에 와불이 있다. 두 부처가 누워 있는 불상인데 시인은 원래 셋 이였는데 그중 한 명이 열 받아서 절벽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천년을 누워있는 부처. 그 들이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어떤 세상일까? 


시인은 20년 만에 운주사를 다시 찾았다. 와불은 천년을 그대로 누워있는데 시인은 벌써 늙었다. 한 세기가 가는 것이 와불에게는 그저 구름 하나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리라....


천불천탑은 응회암(화산의 재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돌)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등산은 광주광역시와 화순군, 담양군 등 3 행정구역에 걸쳐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거 중생대 백악기 9000만 년 전 무등 사는 엄청 높은 산이었을 것이다. 꼭대기에 있는 서석대가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주상절리이므로 무등산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가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베일에 싸인 신비의 사찰은 유네스코가 인증한 무등산권 세계 지질공원 지질 명소(서석대, 입석대, 운주사, 응회암, 고인 돌외 20여 가지)이기도 하다. 더 쉽게 말하자면 가족들이 산책할 수 있는 적정한 공원이라는 인증이다.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 Le Clezio·) / 운주사 일주문
우리 이웃의 얼굴을 보는 듯 소박하고 친근하다.
연꽃무늬 대신 X, V, ◇, // 같은 기하학무늬가 새겨졌다.
부처님도 인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 중 순녀

보물 제 797호 화순 운주사 석조불감

대웅전 마당과 범종각


뒷산에 거대한 와불이 있다. 와불이 한 쌍이라 부부와불이라고도 부른다
이 와불이 일어나는 날,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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