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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루 Jul 11. 2022

잘 모르는 전라도 음식 이야기...

[지금은 새벽 두시 반] 제2화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단어에 불편함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조사 불다 』 

/끝이 뾰족한 물건으로 찍어서 잘게 부수어버리다. 쪼아버리다. 뽀개버리다. 다져버리다. 전라도 사투리.

'해남 닭 한 마리'라는 식당 덕분에 많이 알려진 요리가 있는데 원래는 전라도 지방 전체가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닭 한 마리 코스 요리는 닭을 먹기 좋은 부위별로 적당하게 조리해 먹는 요리다. 근육이 많고 질긴 가슴살과 닭발, 모래주머니는 회로 먹고, 껍질과 날개, 목, 닭다리는 소금구이로, 몸통은 주물럭으로 먹고, 마무리는 녹두를 넣어 백숙으로 먹는 요리다. 닭은 반드시 토종닭이어야 하고 살아 있는 닭을 잡아 조리한다. 죽은 닭을 사용하면 검은 뼈 색깔로 바로 알 수 있다. 


십여 년 전 광주에 살 때 서울에서 손님들이 찾아와 본촌동 그 집을 가서 코스 요리를 시켜 줬더니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라며 너무 좋아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식당도 많고 이 요리를 먹어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많이 아는 내용일 것이다. 내가 코스요리에서 서운 했던 것은 닭발 회 요리다. 이게 아닌데... 그래서 오늘은 닭발 회 이야기를 하려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 날 부산 외가 식구들이 모두 오셨다. 엄마는 7남매 중 셋째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계시고 나머지는 모두 동생들이다. 모두가 인사를 하고 앉았는데 분위기가 침통하였다. 술을 한잔씩 하시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침통해 있는 나에게 대구에서 부산으로 장가를 가신 이모부가 내가 태어나기 전 얘기를 해 주셨다. 대구 이모부는 나의 우상이었고 어린 시절 나에게 광안리에서 야구를 가르쳐 주시던 야구선수이셨다. 


이모부는 이모와 결혼을 위해 외가에 첫인사를 왔는데 누가 봐도 제일 어른일 것 같은 분이 양손에 식칼을 쥐고 다듬이 질을 하듯이 도마질을 하고 계셨다고 한다. 아버지셨다. 이모부는 절을 하고 앉았는데 특별한 말씀은 없으시고 계속 도마질을 하고 계시더란다. 도마질을 하는 모습도 괴상한데 뭐지 모르는 도마 위에 음식도 비주얼이 이상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도마질을 멈추고 다 되었으니 먹어 보라는 말을 하셨는데 '이는 필시 처음부터 겁을 주려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젓가락으로 한입 먹어 봤는데 그때부터 또 한입, 또 한입 나중에는 숟가락으로 먹을 만큼 계속 당기는 맛이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아버지가 외가에 가시면 외삼촌들과 이모부들은 도착 시간에 맞추어 닭발을 좃고 계셨다고 한다. 이모부의 그때 얘기로 장례식장은 화기애애 해 졌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린 시절 그 맛이 가끔 생각난다.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날에도 엄마는 통닭 코스 요리를 하셨다. 지금이야 누가 찾아오면 밖에서 외식을 하겠지만 그 당시 에는 귀한 손님 대접하는 요리였다.  닭발 회와 생고기 요리는 아버지 몫이었다. 닭발은 뼈째 오래 조사야 특유의 감칠맛이 나온고 식감이 좋아진다. 씹는데 뼈가 느껴지면 덜 된 것이고 너무 씹히는 게 없으면 너무 많이 조사 발린 거다. 요근래엔 본 적이 없지만 옛날 전라도에서 비 오는 날 닭발 회 도마질하는 광경은 흔한 모습이었다.


닭발의 뼈와 함께 더 조사야 감칠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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