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71. 인사

20171018_pm12:19

by 강민선

이 인사는 안녕? 하는 인사(人事)가 아니라 인사이동의 인사(人事)다. 공교롭게도 같은 한자를 사용하지만. 종합자료실에서 일 년 반, 어린이자료실에서 이 년 이 개월, 그리고 사서팀. 문득 나는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획득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어느 날 갑자기 이동하라고 하면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전날까지 모르다가 당일 아침에서야 본인 자리가 바뀌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증언도 들은 바 있다. 그냥 그런 곳인가 보다 생각했다. 관리자의 생각으로는 전직원이 모든 일을 능숙하게 다 잘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하는 것 같은데 이런 근로환경이 정말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누군가 그 자리에서 빠져도 다른 누군가가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것. 관리자의 입장으로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는, 내 자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그 곳이 나에게 무슨 의미를 줄까.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특이하게도 인사이동이 필요할 경우 당사자를 따로 불러 제안을 하고 의견을 묻는다고 한다. 본인이 원치 않으면 바꾸지 않는다. 근데 이건 내가 보기에 특이한 것이지 남편의 말로는 당연한 것 아니냐 한다. 어떤 곳에선 당연한 일이 다른 곳에선 특이하게 보인다. 남편의 시각에서는 본인의 뜻은 무시한 채 하루아침에 자리가 바뀌기도 하는 이곳이 특이해 보이겠지. 남편도 며칠 전에 인사이동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을 부른 관리자와 함께 카페에 갔다고 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고 남편은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그 일은 없던 일이 되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써본다. 남편이 그런 혜택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게 일을 잘 하기도 하지만 남자여서 그렇다면? 관리자도 남자이고, 사석에서도 술자리를 여러 번 가졌었다면? 그래서 그런 제안과 거절의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만약 내가 다니는 곳에도 그렇게 관리자와 사적으로 친한 몇 남자들에게는 그런 혜택과 권리가 주어지고 있었다면? 애써 아닐 거라고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세상이 너무 힘들어지니까.

요즘 나는 일할 땐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잠시 내 곁에 머문 시간들이 조용히 지나가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애써 좋은 생각들을 하려고 한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들. 울타리 밖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 좋은 사람들과의 사소한 만남. 짧지만 웃기는 말들. 맛있는 요리. 정말 좋은 책을 만들어보겠다고 회사를 그만두지는 마세요, 월급은 받으세요, 라는 독립출판 선배들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되물어본다. 언제까지요?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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