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빵공장에서 지하철 한성대역까지 걸어 내려와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길을 걷는 중에 배가 아프면 정말이지 방법이 없다. 그냥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야 한다.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도 없어서 그냥 들어가서 화장실만 이용하고 올 수도 없다. 빵공장에서 빵과 커피를 실컷 먹고 내려오는 길이라 다시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시키기엔 돈이 아까웠다. 남편은 뭐 어떠냐며 아무데나 들어가자고 했지만 그곳 화장실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없을 수도 있고, 그런데도 화장실만 확인하고 나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해서 무턱대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미술관도 있었고 절도 있었지만 같은 이유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모름지기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해야…… 스타벅스는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장소다. 화장실의 생김새와 청결도를 대략 짐작할 수 있고, 화장실만 사용하고 나와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마침 남편 핸드폰도 꺼져서 충전할 곳이 필요했고 충전만 하면 앱에서 스타벅스 무료 쿠폰도 받을 수 있었다. 한성대역 근처로 가면 스타벅스가 적어도 세 곳은 나올 것이다. 남편과 걸어오는 내내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복기해보았다. 남편은 멀쩡했으니 나만 먹은 게 무엇이었나 생각해보았지만 우리는 어제 아침부터 같은 음식을 먹었다. “그냥 요즘 계속 긴장 상태라 그런가봐.” 그러고 말았다. 부서가 바뀌어서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느라, 대학원 숙제하느라, 책을 만드느라. 이 세 가지를 번갈아 생각하거나 한꺼번에 생각하느라 극도로 예민해진 요즘이었다. 세 개 중에 하나만 포기해버릴까. 포기한다면 어떤 걸 해야 하나. 책을 만드는 일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패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덜 힘들거나 덜 피곤한 건 역시 아니었다. 좋아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이 사실은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포기한다면 돈이 들어가는 대학원으로 할까? 하지만 벌써 4학기 째다. 한 학기만 하면 끝인데 여기서 포기하기는 좀 아깝다. 종합시험과 영어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아마도 마지막 한 학기가 지금까지 중 가장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면 도서관? 세 가지 중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곳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게 하는 곳이니 어쩌면 내 고민의 가장 큰 원천도 그곳이지 않을까! 하지만 세 가지 중에 그나마 돈이 나오는 곳이 도서관이고 나머지 두 가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자 얼마 안 되지만 내 가족의 경제생활을 도와주는 수단인데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은 원점으로. 배탈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그 다급함과 긴장감에 대해 그냥 웃기게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역시 씁쓸한 내용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한성대역 근처에서 발견한 두 번째 스타벅스(첫 번째는 만석이었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편안하게 화장실도 다녀왔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 충전도 하면서 무료 쿠폰으로 맛있는 티도 마시고 있다. 하지만 배는 아직도 살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