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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민 Apr 20. 2021

비전이나 꿈에 집착하지 말자

그건 저절로 생기는 거야

회사를 시작한 이후, 구성원들과 면접 참가자들에게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이 회사의 비전은 뭔가요?”

"이 회사의 비전에 제 인생을 베팅해 보고 싶습니다"


회사의 방향성, 지향점을 이야기하면서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이건 회사의 비전일 뿐이에요. 이 회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회사는 개인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회사의 비전에 내 인생을 베팅할게 아니라, 내 인생의 비전에 맞는 회사를 골라야 한다. 면접에서 본 지 30분도 안된 사람이 갑자기 '우리 회사의 비전에 자기 인생을 베팅하겠다'라고 말하면 그냥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다.


사실, 내 인생에 비전이 뭔지 모르는 것도 문제다.


내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 즈음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내 인생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정말 답이 안 나와서 몇 달을 카페에 앉아 이것저것 공부도 해 보고, 글도 써봐 가며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답은 나오지 않았다.


회사를 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의 비전과 미션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회사를 시작했다면 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역시나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더라. 결국 한참을 멍 때리다 그만두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싶다. 솔직히 '너무 주제넘은 생각이었다' 싶다. 도대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커리어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며,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어떻게 정하나. 억지로 정해봤자 와 닿지도 않고, 쓸모도 없다. 'Garbage in, Garbage out'의 원칙은 인생에서도 똑같다. Connecting the dots라고 하지만, 그것도 점들이 어느 정도 찍혀야 연결하지. 아무것도 없는 게 뭘 어떻게 연결하나.


비전도 경험이 있어야 생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회고였다. 내가 했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내가 나를 정확하게 알려면, 과거에 내가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그때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험들이 쌓여있다. 그 경험들 사이에서 일관된 행동의 경향성, 내가 느낀 감정의 경향성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환상과 바람, 기대를 쏙 뺀, 정말 진실한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커리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을 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상황들에 대처하는 내 모습과 그 당시의 마음 상태를 꾸준히 되돌아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나의 진짜 비전이자 지향점이 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비전은 처음엔 정말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비전은 내게 보이는 시장, 내게 보이는 고객을 바탕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스타트업 교육기관이 되자"는 비전은 지금의 패스트캠퍼스에겐 너무 식상하고 작은 꿈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들, 경험해온 고객, 그리고 시장 덕분에, 지금은 훨씬 더 큰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리 경험해도 더 큰 비전이 보이지 않거나, 다행히 더 큰 비전은 보이지만 나보다 더 큰 확신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 생기거나, 더 이상 내가 비전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없겠다 싶을 때가, 바로 내가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날이 될 것이다.

 

경험의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뭐가 되었건 경험을 하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뭐가 좋았고, 뭐가 싫었는지, 그래서 난 어떤 것을 원하는 것 같은지, 어떤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는 와중의 나를 관찰하며, 나를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만족스러운 인생을 위해서 끊임없이 비전을 수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전은 언제나 경험에 후행한다.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아주 사소하거나, 나와는 동떨어진 허망한 비전만 나올 뿐이다. 뭐든지 마음이 갈 때 해 보자. 크고 의미있는 비전은 행동할 때 비로소 저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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