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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Aug 09. 2021

올림픽에 진심인 엄마가 들려주는 올림픽 이야기

올림픽엔 금메달만있는 게 아니란다..

나는 유독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철마다 엄마 따라 스포츠 이벤트를 챙겨보기(?) 바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은 그중에서도 귀하디 귀한 빅이벤트다. 종목 불문하고 다 챙겨본다. 일단 틀어 놓는다. 아이들은 포켓몬스터를 틀어달라고 떼도 써보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결국, 우리 다섯 살 둘째 딸이 어느 날 묻는다. "엄마 올림픽은 언제 끝나?"


어제로 2021년 도쿄 올림픽인 막을 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1년이 연기되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았지만, 역시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 성적을 낸 것도 아니고, 이전에 많은 메달을 획득했던 주요 종목에서 부진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뜻깊은 대회였다. 아이들과 함께 제대로 응원하는 첫 올림픽이었으니까.


정말 우습게도 나는 세상을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과 지혜를 스포츠를 통해 얻었다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딱히 선수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어려서부터 운동을 너무나 진심으로 했으므로 하나의 게임이, 하나의 종목이, 한 번의 승리, 그리고 패배가 너무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이번 올림픽도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우리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딸들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왜 저렇게 주절주절 말이 많을까 싶었겠지만 그래도 우리 막내딸 마지막에 "나는 탁구가 좋아!"라고 엄마의 취향을 저격하는 한마디 날려주셨다. 우리 딸들 분명히 흘려들었을 것 같아서, 올림픽에 진심인 엄마가 들려주는 올림픽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1. 경쟁의 의미 - 함께하면 더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지.

모든 종목이 그렇다. 운동도 혼자 하면 외롭다. 만약 나 홀로 100미터 달리기 기록을 경신하면서 뛰어야 한다고 해보자.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내적인 동기부여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인간이라는 존재가 100미터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연구하고 훈련하는 사람들과 만나 겨루어 보고 그중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워 경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를 한계점에 밀어붙이기가 조금은 더 쉬워진다. 기본적으로 올림픽 정신은 승부를 겨루는 것에 있지 않다. 경쟁을 통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데 있다. 굳이 스포츠가 아니어도,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우리 딸들이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쟁을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로 삼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경쟁하고 노력하며, 그 결과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2. 금메달을 향해 쏴라 - 현재의 네가 아닌 너의 가능성을 믿자.

올림픽에는 각 종목별로 각기 실력차가 큰 선수들이 참여한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선수도 있지만, 금메달 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력을 가진 선수들도 대거 참여한다. 그럼 그들은 노메달을 목표로 할까? 동메달권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은 동메달을 목표로 할까? 나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본다. 경기에 참여한 이상 모든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그 이유는 금메달을 목표로 할 때 나의 능력의 최대치가 나오고, 그 최대치가 가져올 수 있는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는 무조건 10점 만점을 목표로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내 능력이 조금 부족하거나, 노력이 미진하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금메달이 존재하는 이유는, 금메달을 딸 단 한 명의 사람의 기쁨을 위해서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을 목표로 노력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3. 승자에게는 박수를! - 너의 노력만큼이나 남의 노력도 소중하단다.

 기본적으로 올림픽에서는 공정경쟁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약물남용과 같은 불공정 이슈에 매우 민감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팀 대신 ROC라는 다소 생소한 팀이 참가를 했는데, 러시아의 도핑 샘플 조작에 대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징계로 인해 러시아 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운동이라는 게 원래 타고난 신체적 능력이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일단 공짜라는 게 없는 세계다.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만 봐도, 당신이 아무리 세계랭킹 1위라 하더라도 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4시간을 미친 듯이 공을 쳐 넘겨야 하고, 그 체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일 최소 5시간 이상을 코트에서 땀 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각종 경기를 마치고 승자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멋진 패자(?)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승자만큼의 노력과 고생을 한 경쟁자만이 그 승리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더 진실된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1등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1등이라는 결과물 뒤에 숨겨진 노력은 쉽게 간과한다. 내가 오늘날 2등을 했다면, 내가 1등이 아님을 슬퍼하기에 앞서, 1등을 하기 위해 고생했을 동료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이번에는 내가 1등을 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가는 것이 맞다. 약 30년 가까이 스포츠팬으로 지켜보면서 깨달은 재미있는 사실은,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승자에게 보낸 박수는 다음 일 년, 그리고 다시 4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제 머지않아 마흔 줄에 접어들게 될 나 자신은 오늘날 내가 살고자 했던 인생에서 어디쯤에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뒤돌아 보나 나도 나태했고, 안일했고, 게을렀다. 나도 모르게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고 안심했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편해질까를 고민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 누가 신기록을 세웠는지 연금은 얼마나 받는지 이런 것들은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면 다 잊혀진다. 다음 올림픽쯤에 다시 '아, 그때 그랬었지'하고 떠올릴 것이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선수의 일이라 하더라도 결국, 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올림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만의 금메달을 찾아, 경쟁하고 노력하며, 때로는 승자의 미소를, 어쩌면 패자의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모처럼 정신이 확 드는 월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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