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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Aug 05. 2021

아이는 절대 모르는 엄마의 비밀

그리고 뒤늦게 엄마가 깨달은아이의 비밀

엄마로서의 나의 지위를 평가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을'맘보다는 '갑'맘에 가깝다. 일단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이건 워킹맘이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그럴 시간과 체력이 도통 없다. 잔소리도 많이 하지 않는다. 적은 시간을 함께하는 대신 잔소리보다는 대화를 하고 싶은 맘이랄까. 그저 아이들이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면 쿨하게 놀아주고, 요구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게 내버려 두며 한 번씩 아이들을 쇼핑이나 여행을 통해 신문물의 세계로 인도하다 보니 적어도 내 주관적인 느낌에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있는 순간을 신나 하는 것 같다. 아빠인 듯 엄마인 듯, 함께 있으면 즐겁지만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회사로 슝 가버리는 그런 매정한 엄마랄까. 연애할 때도 못해본 밀당의 고수가 된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큰 아이는 엄마와 함께 놀겠다며 엄마가 좋아하는 골프를 배우겠다고 하기도 하고, 둘째는 엄마에 회사에 가서 일하는 동안 놀고 있겠다고도 하고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있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가장 마음이 아팠을 때는 일이 많이 남아 집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 밤늦게까지 일하는 내 옆으로 이불을 들고 와 일하는 나의 옆모습을 보다 잠든 딸아이를 발견했을 때였다.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1시간 지하철을 타고 와서 녹초가 된 내게 22KG의 큰딸이 뛰어들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은 "아이고 무거워 빨리 내려와"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엄마 오늘은 일하지 말고 나랑 놀아요"라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습으로 말해도 내가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다소 예민한 편인 우리 큰 딸은 울음을 터뜨리고, 대범한 편인 둘째 딸은 팽 토라져 아빠에게 가버린다. 이쯤 되면 나도 조금은 자신이 없어진다. 아이들이 엄마가 자신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아이들은 절대로 모를 엄마의 작은 비밀이 있다. 엄마가 아무리 힘들고, 아이가 아무리 떼를 써도 콩알 같은 큰딸과 팥알 같은 둘째 딸에 대한 나의 애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함께 있을 때에 나 떨어져 있을 때에도 엄마는 항상 아이들이 보고 싶고, 아이가 예쁜 행동을 하면 예뻐서, 미운 행동을 하면 그게 꼭 내 잘못 같아서 계속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나 "전부 너였다~" 등의 유행가 가사의 의미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몸소 깨닫게 되었다(남편, 미안해요..;;). 그리고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 이유에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들을 이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전혀 모르는 듯하다. 나도 우리 엄마가 내가 지금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만약 우리 딸들이 자신들에 대한 내 마음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나에게 애정표현을 요구하고, 나의 애정을 시험 할리도 없을 것이다. 가끔은 나도 너무 화가 나서 "정말 왜 이러는 거야?!"라고 소리도 질러보지만, "칫! 엄마는 나를 안 사랑하고."이런 투정만 돌아올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어쩌면 아이들은 내가 한없이, 끝없이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엄마, 아빠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은 절대적인 것이며, 함께한 고작  몇 년의 경험으로 엄마, 아빠가 본능적으로 근원적으로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초에 무리인 것이다.


한창 연애하는 커플이 서로 좋아 죽겠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의심하고, 표현 안 한다고 서운해하는 상황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우습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엄마와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해 아직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내가 조금 더 이해해주고, 나의 깊고도 넓은 사랑을 좀 더 표현해주는 것, 그 외의 답은 없다. 또 이렇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우리 사랑 그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 영원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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