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까 이게 또 되네요..
워킹맘의 일정이 한없이 꼬여버리면, 아주 이상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 드는데 그 감정의 본질은 자괴감이다. 일하려고 했는데 잠들어 버리면 '아, 나는 이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 걸까', 아이들 준비물을 못 챙기면 '나는 나쁜 엄마야', 회사일이 밀려버리면 '나는 능력 없는 직원이야'라는 죄책감이 뼛속 깊이 파고든다. 이 경우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의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 또한 고스란히 내 몫이다. 이렇게 전쟁 같은 일상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서, 조금은 어설프지만 인스타그램 릴스 속의 엄마를 따라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계획인즉슨, 5시에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좀 갖고(밀린 일이 있으면 좀 하고), 운동을 좀 한 후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일단 스스로 5시에 일어나는 일은 매우 힘들었다. 알람은 맞추어 놓았지만 관성(?)에 의해 순식간에 끄고 다시 잠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6시쯤 일어나는 남편이 몇 번 일찍 일어나 깨워주면서 도움을 주었다. 어쩌다 일어나서 운동을 하려고 하니 큰 따님 둘째 따님이 따라 나오겠다고 했다. 혼자서 가볍고 상쾌하게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에 고파하는 우리 딸들은 6시에 엄마와 함께 운동장을 달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까지 3번 정도 따라 나와서 달리기도 하고, 들어오는 길에 엄마와 수다도 떨고 했다. 주중에 며칠 달린 게 기분이 좋았는지 유독 일찍 일어나는 둘째는 주말에도 아침 일찍 아빠를 깨워 달리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일단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예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 '침대정리'와 '아침 샤워'라는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뀐 적이 있었는데, 침대 정리는 아직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못하지만 아침 샤워는 확실히 하루를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겨우 상체를 일으키던 예전의 아침과는 비교가 안된다. 겨우 일어난 아침에는 아이들을 대충 빵을 먹여서 학교에 보내기 다반수였는데, 아침에 여유가 좀 생기다 보니 그날그날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에 따라 약간의 요리를 해먹이기도 한다. 또 출근 전 약간의 여유를 이용해 아이들의 학습상태나, 준비물을 확인할 수도 있게 되었다. 긍정적인 변화의 연속이었다.
다만 일찍 일어나는 것에는 단점이 있다. 일찍 졸리다. 나이가 들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일찍 일어난 날은 밤 10시를 넘기기가 힘들다. 그 때문에 밤에 하던 일들이 갈 길을 잃어버려서 근무시간에 좀 더 바짝 일을 하거나, 아침시간 아이들이 깨기 전에 보충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집에 와서도 일을 해야 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일 안 하고 자도 되는 날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집에 와서 일단 잘 수 있어서 삶의 만족도가 조금 더 올라갔다.
워킹맘들의 어려움 중 하나가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면, 나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똑같은 거리를 똑같은 속도로 달리더라도 앞에서 달리는 것과 뒤에서 쫓기면서 달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쫓기는 양상 자체가 심리적인 불안감을 추가적으로 양산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딱 2시간만 일찍 일어나 인생을 하루를 시작한다면 챙겨야 하는 집안팎 일들의 규모 자체는 줄어들지 않겠지만, 심리적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대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아침의 일과를 루틴 하게 만들 수 있다면, 예측불가능한 일상으로 오는 스트레스도 훨씬 줄일 수 있다.
그렇게 잠 많은 내가 오늘도 5시에 일어났다면, 대한민국 사람들 중 적어도 2/3 이상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에 나보다 더 잠이 많아 절대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고 정주영 회장님의 명언으로 답을 하고 싶다, "이봐, 해봤어?"(명언 내용의 특성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그런데 해봤는데도 안된다면, 그럼 어쩔 수 없지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