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 본 엄마의 육아랄까
둘째의 줄넘기 대회와 첫째, 둘째의 피아노 콩쿨이 연달아 붙었다. 나도 업무에 고객 회의에 바쁜 한 주를 보냈지만, 아이들의 일상도 대회와 콩쿨준비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매일 2시간씩 피아노를 치고 틈만 나면 줄넘기를 하느라 바쁘다. 가끔 준비가 잘 되어가는지 묻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이 잘 지도해주시고 계시고 결국 이런 대회나 콩쿨은 오롯이 홀로 서는 것임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맡겨 두었다. 1등이든 꼴등이든 배우는 것이 있다.
어린 시절 나를 돌아보면 일종의 대회, 시험성애자(?)같은 면이 있었다. 누구 앞에 서는 걸 좋아했고 경쟁심이 강했으며 음악, 미술, 체육까지 좋아하는 분야도 다양했기에 참 크고 작은 대회에 많이 나갔다. 일단 학교에서 하는 백일장, 미술대회, 글짓기 대회는 거의 다 나갔고, 큰 키 덕분에 운동회 때도 계주선수로 단골 출전했다. 프랑스에 있던 시절에는 테니스에 푹 빠져 동네 대회에 자주 나갔고 모자란 실력으로 수시로 중도 탈락하기 일쑤였으며, 다니던 음악학교에서 피아노 시험과 연주도 많이 치렀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언어급수 시험과 각종 경시대회, 그 외에 통번역 대회와 노래자랑에 나가기도 했으니 이쯤 되면 관종 프로 참석러쯤으로 봐야 하지 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이 모든 대회와 시험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경험도 있었지만, 예탈 또는 광탈의 경험도 여럿 있었다. 우쭐한 순간도 있었지만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좌절 또는 창피를 모르고(?) 계속 이런저런 대회를 나간 것은 아마도 내 성격상 과거를 잘 잊는다는 점,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성향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무엇이던 나도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안되어도 잃을 것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분야를 막론하고 참여했던 대회, 시합, 공연 등을 합치면 족히 100번은 넘지 싶다. 그중에 80번 정도는 그저 그런 결과를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 덕에 남들은 경험해보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그중 가장 소중한 경험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대회든 시합이든 날짜가 정해지면 평소보다 연습량을 늘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사실 이 준비과정에서 실력이 향상하는 거기 때문에 실제 결과가 몇 등인지를 불문하고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항상 나에게 도움이 된다.
두번째는 경연 또는 시합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나와의 진솔한 대화이다. 무슨 대회든 준비를 얼마를 했던 실제 행사 당일이 되면 떨리는 마음은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떨리는 마음도 자주 마주하다 보면 다루는 스킬(?)이 생긴다.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올림픽 본선무대에서 그토록 담담해 보였던 것은 강심장이라 전혀 떨리지 않았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떨리는 마음을 마주하는 법을 그간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득하여 컨트롤하고 있었으리라. 사실 굳이 프로 운동선수나 연주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스킬은 살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수능 당일이라든지 업무상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라든지 중요하고 긴장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대회들을 통해 떨리는 나를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인생의 여러 중요한 순간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마지막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배운다. 대회라는 시스템 자체가 1등을, 또는 소수의 상위권 인재를 가려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최후의 1을 가리는 과정에서 다수의 참가자들은 필연적으로 패배를 경험한다. 세계적인 프로 테니스선수들도 매주 대회에 나가면 우승하는 선수를 제외하고는 패배를 경험하는데, 결승전에서 패배를 하고 나면 준우승이라고 좋아하기보다는 그렇게 아쉬워할 수가 없다. 사실 뒤돌아보면 인생은 수많은 패배와 가끔 있는 승리의 패턴의 연속이다. 특히 어렸을 때는 패배를 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지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해두어야 한다. 가끔 어려서부터 늘 영재 소리를 듣던 아이가 외고나 명문대에 가서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나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어렸을 때 충분히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해보았더라면 뛰어난 머리로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둘째의 줄넘기 대회를 따라와서 쉴 새 없이 발을 구르며 땀을 송글이며 자기의 한계와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설렌다. 이 경험으로 우리 둘째와 함께 참여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얼마나 성장할까.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무엇이든 대회에 도전한다면 아마도 나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것을 알기에 적극 지원을 할 것이다. 또한 나도 실패를 해보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보고 새롭게 도전받는 아주 보람차고 상쾌한 토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