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키와 내 허리
체육교사는 참 많은 열쇠를 들고 다닌다.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받은 열쇠만 해도
체육관 입구, 창고, 교사실, 탁구장, 헬스장, 운동장 창고, 테니스장, 학생회실, 교무실 서랍…
손에 쥔 것만 열다섯 개가 넘었다.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행정실과 협의해 체육 관련 자물쇠를 전부 마스터키로 바꿨다.
직접 현장을 돌며 하나하나 교체하고,
결국 내 손엔 단 하나의 키만 남았다.
그 열쇠 하나로 모든 문이 열린다는 사실에,
묘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선배 체육선생님께도 한 개 드리며 말했다.
“이게 진짜 체육과의 상징 아닙니까?”
키링에 달아 노트북 가방에 매달고 다닐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자랑스러운 마스터키가 부상을 입었다.
학생에게 잠시 빌려줬다가
허리가 휘어 돌아온 것이다.
손에 쥐고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나 자신이 떠올랐다.
요즘 나도 허리가 영 시원찮다.
매일 돌고, 구부리고, 들고, 뛰다 보니
나 역시 조금씩 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괜찮다.
열쇠가 휘었어도 여전히 문은 잘 열린다.
나도 아직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여는 중이다.
이 학교에서 남은 기간은 두 달.
나의 마스터키야, 우리 둘 다 조금만 더 버티자.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