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체육교사
학년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일이 있다.
‘업무분장’.
이 시기가 되면 교무실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다.
말은 아끼지만, 속으로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전략, 전술, 계산이 오간다.
누군가는 조용히 웃고, 누군가는 조용히 분노한다.
체육교사라면 이 시기의 피로함을 잘 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첫 학교 발령 때였다.
젊은 남자 체육교사가 왔다며 학교는 반색했다.
“생활지도에 딱이네. 애들 잡는 건 체육쌤이 잘하지.”
그렇게 3년 동안 교내 생활지도를 맡았다.
생활지도부에서 교문지도 요일을 정하던 날,
한 선생님이 갑자기 말했다.
“저는 못 하겠습니다.”
그러자 부장이 태연히 말했다.
“그럼 강쌤이 이틀 하자.”
그렇게 첫 학교를 떠나고
새로운 학교에 왔더니 또 반색이다.
“생활지도부장으로 딱이네.”
생활지도부장은 학교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자리다.
학생, 학부모, 교사 사이에서 중재하고,
때로는 싸우고, 설득하고, 사과한다.
서류로 끝나는 일보다, 마음에 상처로 남는 일이 훨씬 많다.
학년말이 다가왔다.
다시 업무분장표가 돌기 시작했다.
서류상으론 덜 바빠 보이는
생활지도부로 업무가 또 쏠린다.
그러나 누구도 생활지도부에 업무지원은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이 학교를 떠난다.
곧 누군가 새로 발령받을 것이다.
학교는 또 반색하겠지.
“젊은 체육선생님이라 좋네요.
생활지도부장으로 딱이에요.”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