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의 하루는 아직 운동 중이다 10

웃음과 거리의 균형

by 글쓰는 체육쌤

나는 원래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매일 다른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즐거웠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게 내 방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내가 웃어도, 상대는 정색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어색한 미소로 급히 상황을 수습하곤 했다.
또, 늘 웃고 있다 보니
나를 가볍게 여기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생각했다.
‘항상 웃는 얼굴이 꼭 좋은 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요즘은 학교에서

이성적인 말투와 표정으로 대한다.
감정보다 태도를 관리하고,
친근함보다 거리 두기를 택한다.
그 덕에 불필요한 상처는 줄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조용하고 무게 있는 사람”으로 남는다.
신비주의 선생님쯤으로.


가끔, 마음이 맞는 몇몇 동료와
퇴근 후 가볍게 술 한잔을 나눌 때면
“선생님 이렇게 따뜻하고 재밌는 분인 줄 몰랐어요.”
라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농담 몇 마디 주고받으며
잠깐은 교사라는 틀을 벗어나 ‘진짜 나’로 돌아간다.
하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
조용히 마음의 단추를 잠근다.
진심을 너무 쉽게 꺼내놓으면
언젠가 또 상처받을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대할 땐 다르다.
그땐 다시 원래의 내가 된다.
함께 웃고, 장난치고, 농담도 건넨다.
때론 거칠지만, 그 안엔 진심이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나를 ‘편한 선생님’이라 부른다.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아도
손을 흔들며 “선생님~!” 하고 부른다.
그게 좋다.
그게 내가 바라는 관계의 온도다.


어느 동료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교사들한테는 냉정한데
학생들한텐 참 따뜻하시네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다음 학교에서는
이 둘을 조금 섞어보려 한다.
이성의 거리와 감정의 온도를 함께 지닌 사람.
진심은 그대로 두되,
웃음은 조금 더 나눠보려 한다.


다시, 핵인싸 린치핀으로 돌아가보자.
이번엔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이제는 누군가에게 맞추기보다,

내 안의 중심으로 관계하고 싶다.”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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