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의 하루는 아직 운동 중이다 12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by 글쓰는 체육쌤

오랜만에 대학 시절 인연들을 만나러 갔다.
축구 경기 후엔 술자리가 예정돼 있었다.
나는 용병으로 초대받은 입장이었지만,
양 팀 모두 대학 축구 연합동아리 시절의 인연들이었다.


몇 년 만의 재회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짧은 인사와 농담 몇 마디로
그간의 공백이 금세 메워졌다.
그리고 녹슬지 않은 나의 실력,
헤트트릭으로 증명했다.
‘역시 아직은 현역이지’ 하는
기분 좋은 자부심이 밀려왔다.


경기 후엔 목욕을 마치고
고깃집으로 향했다.
자리에는 교수님, 사업가, 대기업 직장인들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 고급 양주 한 병을 꺼냈고,
그게 이 자리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대화의 흐름, 회식의 스케일,
모든 게 평소 교사들의 자리와는 달랐다.
형의 초대로 왔지만,
그 형의 연봉은 내 두 배.
게다가 세 자녀와 아내는 외국에서 살고 있고,
형 혼자 벌어서 모든 걸 감당하고 있었다.


현타가 왔다.
나도 아내가 전업주부로 아이를 돌보며,
나는 가족의 삶을 든든히 책임지는 모습을 꿈꿨다.
하지만 교사의 연봉으로는
그림 속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교사로서의 삶도 분명 좋다.
저녁이 있고, 방학이 있고,
삶의 균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시대에 가족을 온전히 책임지기엔 벅차다.


나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걸 해내고 싶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늘 한계가 있다.
겸업도, 새로운 도전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결국 많은 교사들은
부부교사로 함께 정년까지 달린다.


흠… 어렵다.
이 일은 여전히 보람 있고 의미 있지만,
가족과 나 자신을 충분히 돌보기엔
조금은 부족하다.


아직 해답은 없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이렇게,
조용히 자조해 본다.
“그래도 내일은 또 학교로 간다.”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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