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관찰일지를 펼치며
요즘 들어 열정이 조금 식은 걸까.
한동안 하던 체육 관찰일지를 멈춘 지 꽤 됐다.
관찰일지는 몸이 좋지 않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마련한 나만의 수업 방식이다.
몸을 쓰지 못하더라도,
눈과 귀와 손과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학생들은 본 차시의 수업 내용을 관찰해 일지로 정리한다.
물론 가끔 꾀를 부리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은 “차라리 뛰겠습니다…” 하고 돌아선다.
관찰일지가 귀찮아서인지, 몸으로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인지—
어떤 이유든 나로서는 흐뭇한 순간이다.
생각해 보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여가를 움직이며 보내는 시간이 참 드물다.
그래서인지 체육 시간만큼은 마음껏 뛰고 싶은 아이들이 많다.
함께 뛰고, 부딪히고, 웃고, 경쟁하면서
스스로 에너지의 해방구를 찾는 걸 보면 참 기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학생이 있다.
K라는 친구였다.
웨이트 트레이닝 수업에서 작성한 그의 관찰일지는
지금도 내 수업 폴더에 보관 중이다.
마지막 칸 ‘오늘의 느낀 점’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선생님께서 이론 설명해 주실 때 재미있었다.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쌤이 운동하시는 모습을 보니 역시 멋있으셨다.
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시는 게 눈에 보여 행복해 보이신다.
빨리 장염이 나아서 체육 하고 싶다. 재밌겠다.”
*
그 일지를 처음 읽었을 때의 기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아,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자리에 서 있구나.’
내 꿈은 체육교사였고,
지금도 여전히 꿈은 체육교사다.
누군가는 말한다.
“슬슬 승진 준비해야지.”
“언제까지 학생들과 뛰겠냐.”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학교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경기장에서 뛰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같이 웃고 움직이는 그 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학교를 떠나는 순간까지
체육교사로 남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오래 미루던 관찰일지.
다시 꺼내야겠다.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