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경기, 내가 주인공이었던
아들이 생기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아빠가 참여하는 체육대회다.
특히 나는 체육교사이다 보니,
‘아빠 릴레이’ 같은 종목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기대할 것이다.
나도 자신은 있지만… 솔직히 긴장은 됐다.
예전에 육상선수였던 후배가
오랜만에 100m를 달리다 햄스트링이 파열된 걸 봤고,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동문 체육대회에서
마지막 골인 지점에서 쥐가 났던 기억이 있다.
단거리는 일반적으로 하는 운동으로는 단련이 어렵고
그 특유의 ‘폭발력’에 근육이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은근히 걱정했다.
혹시 나보다 빠른 사람이 있을까?
혹은 내가 가장 빠르더라도…
근육이 못 버텨서 경기를 망치면 어떡하지?
다행히도 요즘은 학교 체육대회에
부모가 참여하는 종목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빠 릴레이’ 같은 부담스러운 상황은
이젠 없겠구나 싶어 살짝 안도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들이 다니는 축구클럽에서
부모 참여 체육대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축구와 릴레이.
갑자기 손에 땀이 났다.
축구는 자신 있었다.
아직도 주말마다 경기하고 있고,
어디를 가도 일반인 팀에서는 상위권에 드는 편이니 괜찮았다.
문제는 단거리 릴레이였다.
그래서 급히 일주일 동안
스프린트 감각을 조금이라도 살려보려 노력했다.
다행히도 본 경기에서는 ‘미션 릴레이’라서
순수 속도보다는 이벤트성이 강한 종목이었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본 무대는 아빠들 축구경기.
살짝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심장은 설렘으로 뛰었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겠구나.”
경기 시작 후 1분쯤 지났을 때
상대 패스를 가로채고
2:1 패스 후 바로 오른발 강슛!
골대 안으로 시원하게 들어갔다.
경기장 밖에서 환호가 터졌고
나는 본능처럼 아들을 향해 달려갔다.
아들이 두 손을 번쩍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 순간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싶었다.
두 번째 골도 넣었다.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싶은 나는
후반전에 수비로 내려갔다.
다른 아버지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상품으로 쌀포대가 놓여 있었기에
아내에게 장난으로 말했다.
“저거 우리 집으로 가겠는데?”
결과는
MVP.
진짜로 우리 집으로 왔다.
시상식 때 아들과 함께 앞으로 나갔고,
아들은 내 손을 꼭 잡고
‘우리 아빠 최고’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해왔지만
오늘만큼 보람 있는 순간은 오랜만이었다.
한동안 내 축구 인생은
아들 덕분에 더 오래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