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마지막 계절을 보며
고3 시절을 떠올리면
수능 이후 친구들과 종일 영화를 보며
마음껏 늘어져 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쟁 속 우정과 사랑을 담은 영화
<진주만>이었다.
그때는 정말 몰입해서 봤다.
조만간 막걸리 한잔과 함께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고3들도 사실 비슷하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수시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고,
2학기 성적이나 수능 점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상위권 일부는 수능 최저가 필요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서 2학기부터는
고3들의 본격적인 ‘자유 시간’이 시작된다.
제도가 그렇다 보니
억지로 잡고 수업하기도 애매하다.
나는 체육이라 그래도 반겨주지만
다른 교과 선생님들은
솔직히 많이 힘들어하신다.
여러 강의를 섭외해
알차게 채워둬도
학생들 집중도는…
초청 강사님께 미안할 정도다.
그 모습을 보면
묘한 양가감정이 든다.
한편으로는 부럽다.
나도 저 나이처럼
아무 걱정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하루가 무의미할 정도로
푹 쉬어보고 싶다.
또 한편으론 아깝다.
이 시간에 영어든, 재테크든,
사업 아이템 구상이든,
여행 계획이든,
뭔가 한 가지라도 해보면 좋을 텐데
하는 어른의 마음.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아이들도 지난 12년 동안
초6 - 중3 - 고3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아마 지금은
마지막으로 주어진 ‘숨 고르기’ 일 것이다.
사회라는 큰 경기장으로 나가기 전,
잠깐 누워 쉬는 마지막 시간.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 쉬어라.
쉬어야 다시 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이 시간을 발판으로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고생했다, 우리 고3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