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의 하루는 아직 운동 중이다 21

감사는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by 글쓰는 체육쌤

2학기 말이 되면

새롭게 맞이할 업무와 구성원, 공간을 준비하게 된다.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들뜬다.


특히 학교를 옮길 때면 그 설렘은 두 배로 커진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설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들었던 학생들과 장소,

그리고 함께 지낸 선생님들과의 이별이
조용히 마음 한쪽에서 고개를 든다.


돌아보면 아쉬움보다 고마움이 더 크게 남는다.
가끔 작은 마찰이 있었던 선생님들도
막상 떠날 때가 되니
‘그럴 수도 있었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사람의 기억은 참 따뜻하게 마무리되곤 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고마웠던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간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함께해서 감사했습니다.”
그 한 마디면 충분하다.


하지만 요 몇 년간은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래서 갑자기 인사하려니 조금 뻘쭘했다.


오늘은 계약 기간 때문에

먼저 떠나는 두 분의 선생님이 계셨다.
한 분에게 먼저 용기 내어 다가갔고,
짧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기분 좋게 인사를 마쳤다.


문제는 마지막 한 분.
그 선생님과는 거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교무실을 서성거리며 타이밍만 재고 있었다.
그때 다른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쌤, 요즘 고민 많아 보이네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사실 고민이 맞긴 했다.
“아… 인사드려야 하는데 타이밍을 못 잡겠어서요.”


그 말을 하고 나니 묘하게 긴장이 풀렸다.
그래서 그대로 그 선생님께 다가가
짧지만 진심을 담아 인사를 드렸다.


주변에서 그 장면을 본 선생님들이
함께 웃어주는 것도 느껴졌다.
작은 인사였는데, 교무실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오늘 인사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감사의 말은 상대를 위한 것 같아도,

결국 나를 충만하게 만든다는 것.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 말들을 꺼내는 순간
내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다.


곧 더 많은 선생님들과 이별 인사를 나누게 될 텐데,
그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더 풍성해지겠지.


그리고 그 힘으로,
새로운 학교에서는 더 싹싹하고
더 친절한 쌤으로 돌아가야겠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모습대로.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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