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싶은 마음, 쉬고 싶은 몸
4수를 마치고
처음 발령을 받았던 해가 아직도 선명하다.
안정적인 직업,
새로운 삶.
설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적은 월급에 대한 아쉬움과
어릴 때부터 막연히 품어왔던 ‘사업’이라는 단어,
그리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내 성격이
계속해서 몸을 들썩이게 했다.
그때의 나는
학교에서 정말 1초도 쉬지 않았다.
수업하고, 업무 하고, 또 수업하고.
집에 오면 저녁 먹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 날이면 다시 출근.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허무해졌다.
대학 입학 이후 거의 10년을
‘교사가 되기 위해’ 달려왔는데,
막상 교사가 되자
다음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허무함은 생각보다 더 컸다.
그때 다시 시동을 걸었다.
퇴근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인다.
그리고 대학교 도서관으로 가
책을 읽고,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영어회화 학원,
언젠가 꼭 해보고 싶던 보컬학원까지.
하루가 모자랐다.
한 달쯤 지났을까.
새벽부터 온몸이 떨리고
너무 추웠다.
태어나서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택시나 구급차를 부를 생각도 못 하고
아슬아슬하게 운전해 응급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으며
조금씩 몸이 돌아왔다.
그때 처음 느꼈다.
아, 내가 너무 달리고 있었구나.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다.
무언가를 향해 몰입할 때 기분이 좋고,
새로운 걸 배우고
능력이 쌓이는 감각이 좋다.
정체되어 있으면 불안해진다.
혹시 목표에 중독된 걸까.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좋아했던 그 ‘달림’은
앞으로 나아가는 기쁨이었을까,
아니면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망이었을까.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달리고 싶다.
몸이 버틸 수 있는 속도로,
마음이 숨 쉴 수 있는 방향으로.
오늘도 완주보다
호흡을 먼저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