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축구 ②

축구부 가입

by 글쓰는 체육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CA 시간,
1년 동안 활동할 반을 선택하는 날이었다.


내가 정말 축구를 좋아했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예전에 형들과 섞여 공을 차다
한 번 “인정”을 받은 기억이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축구반을 신청했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이 잔뜩 모였다.
교실은 웅성웅성했고,
그날 들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제 CA 축구반이 아니라
학교 정식 축구부가 될 거다.”



그렇게
나의 축구부 생활이 시작됐다.
나는 축구선수가 되었다.


축구부가 되니 좋았다.
유니폼을 받았고,
훈련이 끝나면 간식도 나왔다.


유니폼은
초록색과 노란색 세로 줄무늬였다.
반팔, 반바지.
지원이 넉넉하지 않았는지
한겨울에도 우리는 그 차림 그대로 훈련했다.


춥다는 생각보다
‘나 지금 축구부다’라는 사실이 더 컸다.



처음 시작한 인원은
아마 30명쯤이었을 것이다.
내 백넘버는 29번.


그땐
20번 안에 들어야 주전,
그 밖은 벤치라는 암묵적인 기준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번호,
29번이 바로 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실력 순서의 끝자락이었을 것이다.


4학년 친구들 대부분이
20번대 후반을 받았고,
단 한 명,
기존에 육상부였던 친구만
14번을 달았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그런 걸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번호가 뭔지,
주전이 무엇인지 보다
그저 축구선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나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 축구부 졸업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


내 키가
친구들 중에서 가장 작았다는 걸.


얼굴은 하얗고,
자연산 노란 머리에,
지금 생각하면 제법 귀여운 얼굴이었다.
덕분에 귀여움은 받았지만,
초등학교 축구 선수로서는
눈에 띄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 시절엔
실력보다 덩치가 먼저였다.


내 실력이 부족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내가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모든 남자에게 하나쯤 있다는
축구부심
그때부터 내 안에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부심은
아직도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 CA(특별활동)

Curriculum Activity 또는 Club Activity의 약자.
과거 학교에서 정규 교과 외
학생들의 관심과 재능을 키우기 위해 운영하던 활동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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