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놀이에 이렇게 진심일까

by 글쓰는 체육쌤

내가 처음 체육수업을 한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유아체육 아르바이트를 하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맡았다.
그땐 내 수업이랄 것도 없었다.
그저 선배의 수업을 옆에서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운이 좋았다.
그 선배는 수업이 체계적이었고, 무엇보다 열정적이었다.


수업의 큰 흐름은 이랬다.

준비운동 – 동기유발 게임 – 기본기 – 축구 경기 – 정리운동.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배운 건
‘동기유발 게임’이었다.

잡기놀이, 꼬리잡기, 다망고, 살려주기,
2인 1조 잡기놀이 같은 것들.


지역마다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


워밍업이라고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면 바로 본운동이 된다.

아이들은 금세 숨을 헐떡이고,
때로는 경기에 너무 몰입해
흥분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가르쳤고,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중학생을 거쳐 지금은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놀이들이 고등학생에게도 통할까?’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통했다. 아주 잘.


고등학생들도
“한 번만 더요.”
“내일도 또 해요.”
라고 말한다.


어쩌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경기 중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다툼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아이들이
고맙고, 또 순수해 보이기도 한다.


다툼이 생기면
나는 먼저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이렇게까지 몰입해 줘서
선생님은 고맙다.”


그 마음을 전하고
차분히 중재하면
아이들은 다시 게임으로 돌아간다.


이런 놀이 수업은
주로 모든 평가가 끝난 학기 말에 활용한다.


학기 말이 되면
아이들은 학습 의욕을 잃고
전의를 상실한 군인처럼 축 처진다.


그때 놀이를 꺼내면,
방학 직전까지도
체육관엔 웃음과 숨소리가 남는다.


새 학기엔
3월부터 한 번 해볼까 한다.


아이들이 다시 뛰고,

웃고, 몰입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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