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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Apr 06. 2023

팩트를 임팩트로 만드는 '뾰족하게 말하기'

같은 말, 다른 느낌!


단어로 인해 세상은 초점을 찾고, 생각을 집중하며, 인식이라는 색깔을 입는다. 

                                                    - 다이앤 애커먼(시인) 

 

 

뾰족하게 말하기


임팩트를 남기는 단어를 사용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최대한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 관념적인 단어, 눈에 그려지지 않는 단어는 뇌리에 남지 않는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단어, 듣는 순간 머릿속에 그려지는 단어를 콕 집어서 말해줘야 기억에 남는다. 


언론 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혹독한 글쓰기 지도를 받았는데, 지도 선생님은 좋은 글을 쓰려면 추상적인 단어를 모두 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금지 단어 리스트를 주셨다. 그 리스트 안에는 좋다, 멋지다, 행복, 사랑, 최선, 노력, 열정, 긍정, 우정, 아름답다, 예쁘다 등 그동안 숱하게 써왔던 단어들 수십 개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빼고 쓰려니 막막했다. 그동안 정말 추상적이고 임팩트 없이 글을 써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 철 카피라이터 또한 이런 말을 했다.    

 

 ‘카피 쓸 땐 연필로 쓰지 말고 송곳으로 쓰라고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송곳으로 콕콕 찔러 쓰라고

 무딘 카피는 허파를 건드려 하품이 나오게 하지만

 뾰족한 카피는 심장을 찔러 탄성이 나오게 한다고

 심장을 깊숙이 찌르려면 송곳을 쥐고 카피를 쓰라고’      


그러면서 ‘예쁘다 -> 김태희 스무 살 때’, ‘많다 -> 삼십육만 칠천팔백 개’ ‘꼼꼼하다 -> 손톱 열 개 깎는 데 꼬박 20분을 투자한다’라고 구체적으로 바꾸어 쓰라고 말했다. 


좋은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모호하고 관념적이어서는 안 된다. 콕 집어서 말해줘야 가슴에 꽂힌다. 기업 대표가 신년사에서 


“지난해 우리는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신년에는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일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노력 부탁드립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직원들은 듣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 ‘총력’ ‘존경’ ‘일류’ ‘혼신’ ‘노력’ ‘관심’ 이런 관념적인 단어로는 임팩트를 남길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신모델을 설명할 때 늘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설명을 했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단어는 쓰지 않았다. 아이폰 3G를 처음 소개할 때 이렇게 설명했다.


 “왜 3G가 좋을까요? 데이터를 더 빨리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아이폰 2개를 가지고 각각 2G와 3G네트워크를 통해 같은 웹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어떻게 되나 보시죠. 

 3G에서는 21초가 걸렸습니다. (잡스는 아직도 화면이 열리지 않는 2G를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청중은 웃는다.) 2G에서는 59초가 걸렸습니다. 같은 전화기로 같은 장소에서 실험했는데 3G가 2.8배 빠르게 나왔습니다. 이건 정말 빠른 겁니다!” 


그는 ‘이전 보다 세 배 가량 빨라졌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3G에서는 21초, 2G에서는 59초가 걸렸다. 같은 전화 같은 장소에서 실험했는데 3G가 2.8배 빠르게 나왔다.’라고 매우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해 각인시켰다. 

추상적인 단어를 모두 버려야 한다. 사업 설명에 수도 사용하는, 만족, 효율적, 합리적, 최선, 노력, 개선, 혁신, 양상, 비전, 좋은, 선한, 영향, 신속, 다양, 효과 등의 단어를 모두 빼고,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생생한 단어, 살아있는 예시를 넣어보자. 


“이 스마트기기의 새 기능이 여러분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심박센서가 장착된 이번 스마트폰은 여러분의 심박수를 체크해서 매일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모델은 경제적 부담을 줄여 효율적이고 안전해졌습니다.”

-> “이번 신차 모델 GE502는, 시내 주행 연비를 19km까지 올려 경제적 부담을 줄였습니다. 또한 안전주행모드로 차선이탈을 자동 예방할 수 있어 사고율이 크게 낮아집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의 ‘무슨’ 기능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또한 실제로 심박센서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었던 사례, 안전주행모드로 사로를 예방했던 실제 사례를 이야기하면 훨씬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엇이든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해주어야 나만의 임팩트를 남길 수 있고 설득도 쉬워진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키워드를 찾기 위해 애쓰면 임팩트 있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방대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나만의 강점이나 나만의 매력이 구체화된다. 야구나 골프에서 말하는, 공을 가장 멀리 보내기 위한 최적점인 ‘스윗 스팟(Sweet Spot)’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나만의 강점, 나만의 매력, 나만의 스윗 스팟을 찾아서 가슴에 꽂히는 임팩트를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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