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같은 만남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전시회에 갔다.
오디오가이드와 영상을 통해 고흐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그가 그림을 그릴 때 썼던 도구들, 그리고 그가 채색한 두터운 질감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새로운 전시회였다.
그의 작품도 정말 멋졌지만, 이번에 내게 더 큰 울림을 주었던 건 그의 삶이였다.
동생 테오와 주고 받았던 편지를 통해 드러난 그의 고뇌, 아픔, 그림을 향한 노력과 성실, 그림을 통한 희열, 자신의 그림에 대한 믿음, 정신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 그러나 끝내 자신을 향해 총을 쏘고야 마는, 짧지만 위대했던 그의 삶.
그는 진로를 고민하며, 교사도 해보고, 화랑에서 일도 해보고, 목사가 되고 싶어 신학교에도 가고 탄광촌에 가서 전도사로 봉사도 하지만, 결국 그림을 향한 열망을 지우지 않고 27살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아카데미에 가서, 미술학교에 가서 그림을 배운다. 하지만 제도권의 교육은 그에게 맞지 않아 독학을 한다. 책을 보고, 원근법을 배우고, 색채를 공부한다. 그리고 그동안 늘 드로잉을 해 왔음에도 한 해 내내 드로잉을 완벽히 익히는 일에 온 힘을 쏟는다. 마침내 연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자 회화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본격적으로 색채이론을 공부한다.
그의 독특한 그림은 영감을 받아 느낌대로만 그린 것 같았는데, 그는 작품을 그리기 전에도 스케치와 구상을 철저히 해본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때도 원근법 틀을 가지고 나가 세워두고, 그 틀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는 화가들의 모작도 많이 그렸다. 우리는 천재성을 타고난 화가라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기본에 충실했고 성실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자화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얼굴은 흉측하고 사람들이 이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자화상을 그리면서 정말 많이 배우게 돼.”
그는 배우고 또 배우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많이 그렸던 것이다.
그는 1880년 27살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1990년 37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화가로서의 삶, 10년. 그 짧은 시간에 그는 10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성실하게 작업하고 생활고, 외로움, 비판, 정신병, 그 모든 것을 이겨내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그림에 담기 위해 애썼던 빈센트 반 고흐. 그는 테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이 그림들이 사랑받는 날이 올거야.”
그걸 보지 못하고 떠나버린 것이 안타깝지만, 그는 알고 있었고 믿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삶에 큰 감명을 받는 지금 나의 나이는, 고흐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10년을 불태웠던 그의 삶을 마주하며, 나는 무엇을 결심하고, 어떻게 10년, 20년을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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