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소개하는 법
우물쭈물 자기소개를 못하는 사람도 안타깝지만, 자기소개를 녹음기 틀 듯 여기저기서 똑같이 써먹는 사람도 참 아쉽다. 묵은 스피치는 감흥이 없다. 그 장소, 그 상황, 그 분위기에 맞게 자기소개는 매번 달라져야 한다.
비즈니스 스토리를 정리하라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나를 소개하는 것이 왜 매번 어려울까. 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거나, 나에 대한 많은 파편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가로서의 나를 소개하려면 그와 관련된 스토리들을 잘 정리해두어야 한다. ‘나’라는 사업가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과 비전을 깊이 고민하고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비즈니스 스토리를 위한 열 가지 질문>
1. 어린 시절 이 사업과 관련한 경험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무엇이었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2. 나는 학창 시절에 주로 어떤 일에 도전했는가.
3. 나의 평소 관심사는 무엇이며 무엇에 기쁨을 느끼는가.
4.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5. 사업 파트너는 누구이며 어떻게 찾았나.
6.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
7. 사업의 실패와 성공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었나.
8. 사업 후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화는 무엇인가.
9. 나만의 사업 철학은 무엇인가.
10.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리해보자. 스스로가 질문을 더 만들어 정리할 수 있으면 좋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질문으로 만들어 하나씩 리스트를 추가해가면 된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지 말고 반드시 글과 단어로 표현해두어야 명확하게 정리가 된다. 자기 내면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경험들이 재해석된다. 그러면 사람들과 재미있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보따리도 많이 생길 것이다.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있다가 적재적소에서 하나씩 풀면 재미없는 자기소개를 우려먹지 않아도 된다.
자리에 맞게 편집하라
별생각 없이 “광고회사에서 온 OOO입니다.” “마케팅 담당하고 있는 OOO입니다.”처럼 어딜 가나 쓰는 자기소개는 어딜 가도 기억되지 않는 죽은 스피치이다. ‘이 자리는 어떤 자리인가’,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이 자리에 왜 참석했는가’를 매번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 시스템으로 창업 10년이 된 e러닝스쿨의 대표라면, “안녕하세요,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e러닝스쿨 대표 OOO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자리인지에 따라 나의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이 가득한 모임에 멘토로 참여했다면,
“무엇이든 10년을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고 하죠. 제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온라인 교육에 10년 동안 열정을 다한 것 하나는 자부합니다. 오늘 그 노하우들 아낌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e러닝스쿨 대표 OOO입니다.”
라고 소개하면 좋을 것이다. 10년 동안 자신의 사업을 일궈냈다는 것에 후배들은 신뢰감을 가질 것이고,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겠다는 말에 무엇보다 반가워할 것이다.
반대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기업을 일궈낸 CEO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참석했다면,
“안녕하세요, e러닝스쿨 대표 OOO입니다. 롤모델로 삼았던 대표님들과 한 자리에 있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창업 10년 만에 오늘 다시 병아리가 된 느낌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선배님들께 더 많이 배우고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선배들을 존경하고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느껴진다.
대학 동문회에 참석했다면 그 시절 이야기를 넣어보는 것도 좋다.
“대학교 때 공부는 안 하고 동아리 활동만 열심히 했는데, 그때 창업동아리에서 신나게 일을 벌여봤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같은 캠퍼스에서 꿈을 키워가던 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e러닝스쿨 대표 00학번 OOO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다. 대학교 때 무엇을 했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도 알릴 수 있고 학교에 대한 이야기로 동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자리의 목적, 대상, 참여한 이유 등에 대해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충분히 ‘살아있는’ 자기소개 스피치를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넣어라
죽은 스피치가 아닌 살아있는 스피치를 위한 단서는 ‘현장’에 있다. 현장의 분위기를 잘 살피는 것이다. 누가 자리해 있는지, 서로 서먹한 사이인지,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사이인지,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상태인지, 즐거운 행사를 앞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인지 살피는 것이다.
혹은 시기를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들 분주할 연말연시인지, 명절 전후 인지, 휴가철인지도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스피치에 접목시키면 갓 탄생한 생생한 스피치가 된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안녕하십니까, 첫 번째 발표를 맡게 된, 마이웹툰의 대표 OOO입니다. 웹툰 플랫폼 사업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라고 하기보다,
“조용히 흐르는 긴장감이 저를 더 떨리게 하네요. 그래도 여러분, 첫 발표자인 저만큼 떨리진 않으시죠?(웃음) 저희 발표에 재미있는 웹툰이 많이 등장하니까 편안하게 보시면서 긴장 푸시길 바랍니다. 웹툰 플랫폼 사업에 대해 발표할 첫 번째 프레젠터, 마이웹툰의 OOO입니다.”
라고 하면 한결 부드럽고 생생한 스피치가 된다. 모두가 긴장한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웹툰 발표를 보며 긴장을 풀라는 말에서도 배려가 느껴진다.
날씨나 명절, 이벤트 등 오늘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짚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 대한민국 국민이 열광하는 ‘한일 축구’ 결승이 있는 중요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한일 축구보다 더 짜릿한 강의를 해야겠네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벤처투자의 모든 것’에 대해 강의할 **투자 OOO입니다!”
이 자리에 온 사람들도 오늘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 덧붙임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조금만 주위를 살피고 조금만 신경 써 접목시키면 바로 지금, 여기에서만 쓸 수 있는 생생한 스피치를 할 수 있다.
자기소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인간관계의 첫 단추이다. 늘 어디서나 하던 똑같은 멘트,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맞춘 밋밋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나만의 자기소개를 만들자. 자기소개의 성패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아닌지에 달려있다. 혹시 내가 한 자기소개가 소속이나 이름만 바꾸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내용이라면 진정한 ‘자기’ 소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