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안에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때론 미친 척하고 딱 20초만 용기를 내볼 필요가 있어.
진짜 딱 20초만 창피해도 용기를 내보는 거야.
그럼 장담하는데 멋진 일이 생길 거야!”
-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중에서
사업가는 수많은 모임에 자리하게 되고, 수도 없이 자기소개와 사업 소개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소개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다. 첫인상이 많은 것을 좌우하듯 나의 첫 소개, 첫 스피치가 내 인생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나에게 한마디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남들과 비슷하게 묻어갈 것인가 아니면 딱 20초만 용기를 내볼 것인가.
왜 20초인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정지화면 상태에서 상대를 파악하는 데는 2초가 걸리고, 상대방의 표정이나 동작을 파악하는 데는 5초가 걸린다. 여기에 인사를 포함한 대화로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데는 20초가 걸린다. 한순간의 이미지로 첫인상을 파악했다면, 스피치로 사람을 파악하는 데는 20초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세 네 문장 정도로 소개할 때 걸리는 시간이 대략 20초이다. 듣는 사람이 핵심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도 20초가량이다. 그래서 면접관들도 면접자가 질문에 20초 내외로 핵심을 추려 답변하는 것을 선호한다.
20초 스피치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필요하다. 공식적으로 자기소개를 하거나 의견을 이야기하는 자리뿐만 아니라, 업무를 설명하거나 일상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간도 20초 정도이다. 전화로 문의 사항을 물어볼 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설명할 때, 그에 대한 답변을 할 때 역시 20초 정도 걸린다.
20초는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동시에, 상대가 나를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나와 내 사업의 인상은 20초 안에 결정된다.
스피치에도 첫인상이 있다
미국의 뇌 과학자 폴 왈렌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0.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를 평가한다고 한다. 또한 그 처음 이미지가 단단하게 굳어 바뀌지 않는다 하여 이를 ‘콘크리트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한번 이미지화된 첫인상은 지속성이 강해서, 첫인상을 바꾸려면 그 이후 무려 40시간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불과 0.1초에 판단된 이미지를 바꾸려면 40시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20초 동안의 자기소개로 평가된 첫인상을 바꾸는 데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스피치에도 첫인상이 있다. 목소리, 내용, 단어, 문장, 표정, 몸짓, 성량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 쉽게 파악하게 된다. 단어의 선택, 스피치의 내용, 몸짓의 자신감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가의 첫 스피치는 중요하다. 첫 만남에서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을 신경 쓰듯이, 첫 스피치에서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외모보다도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스피치는 곧 그 사람의 내면이기 때문이다.
20초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20초 안에 내면을 드러낼 스피치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1. 목적을 담아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자기소개가 회사를 알리기 위한 것인지, 회사의 사업이나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것인지, 사업상 교류할 파트너를 찾는 것인지, 그 목적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목적을 정하면 스피치의 방향이 쉽게 잡힌다. 무엇을 어필해야 하는지 핵심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라고 하면 정말 순수하게 소개만 하는 사람이 있다. “안녕하세요. **기업에서 온 OOO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업에서 영업 마케팅 담당하고 있는 O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첫 스타트를 그렇게 끊으면 대부분 끝까지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런 소개는 ‘저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위한 ‘고벤처포럼’에는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10초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다. 이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서로 알아가기도 하고 관심 분야의 사람들끼리 교류를 하기도 한다. 이 자리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스타트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벤처투자 OOO입니다. 벤처기업 투자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과 만나 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목적을 명확히 이야기하니 평범하게 ‘어디에서 온 누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소개한 사람들보다 훨씬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스타트업을 돕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오늘 그와 관련된 사람을 만나 교류하고 싶다고 명확한 목적도 밝혔다. 그의 소개를 들은 사람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기억할 것이고, 벤처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를 찾아가 대화를 나눌 것이다.
20초에 반드시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담아야 한다. 늘 해왔던 것처럼 소개하지 말고, 목적이 무엇인지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
2. 호기심을 유발하라
원하는 것을 다 전하기에 20초가 너무 짧다면, 회사와 사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호기심은 곧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벤처포럼 자기소개에서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안녕하세요 **광고 컴퍼니에서 온 OOO입니다. 감성이라고 불리는 광고라는 영역에 저희는 효율과 인성을 더했습니다. 어떤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고 싶으신 분들, 저와 네트워킹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핵심은 간략하게 전달하고 호기심을 유도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광고의 효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솔깃할 것이다. 네트워킹 시간에 그녀를 찾아가 물어볼 것이다. 구구절절 설명하며 지루하게 소개하지 않고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 성공적인 사례이다.
3. 패기를 담아라
대부분 열정적인 사람에게 끌린다. 꼭 대단한 콘텐츠가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 이 모임에 참석해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업가들의 모임이나 포럼에서 예비 창업가에게 자기소개를 시키면 보통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자기소개 하나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저는 아직 대학생인데,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와봤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다면 어떨까? 특별히 관심을 갖거나 먼저 다가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나이가 가장 큰 무기인 대학생 OOO입니다. 아직 학업 중이기는 하지만 창업 동아리에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개발자입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관련해서 관심 있는 선배님들과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젊은 패기가 눈에 띈다. 열정이 느껴진다. ‘나도 어릴 때 시작했더라면’하는 생각에 부러움도 느껴지고 대견함도 느껴진다. 그 학생이 다가오면 누구나 마음 열고 조언해 줄 것이다.
목적, 호기심 유발, 패기. 이 세 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구성하면 가장 좋다.
“안녕하세요, 저는 홈페이지 제작 때문에 골치 아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고민을 해결해드리러 왔습니다. -> 목적
무료로, 쉽게, 멋진 홈페이지 만들 수 있는 방법 궁금하신가요? -> 호기심
저희가 시작하는 여러분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프리홈페이지 OOO입니다.” -> 패기
이렇게 세 가지를 넣어 소개하면 나의 목적을 명쾌하게 밝히고, 상대의 관심도 끌 수 있으며, 나의 열정을 드러내 호감을 살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것이라서, 그저 내 차례가 와서, 남들 하는 정도로만 적당히 말하지 말자. 사업가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사업의 미래를 완벽히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