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불안이 지나 간 자리에 감사가 피었다.

by 강라헬

면접에서 떨어졌다.


7년을 다닌 회사였다.
익숙했고, 안정적이었고,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다.
그만큼 이번 면접은 내게 중요한 출발선이었다.
한 차원 더 나아가고 싶었고,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떨어졌다.

그 순간, 모든 게 흔들렸다.


"왜? 왜?? 아니, 왜???"


내 안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잔잔하던 마음에 강한 파문을 일으켰다. 억울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계획했던 것들이 하나둘 어긋나기 시작했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으며,

불안은 끓는 물처럼 나를 휘감았다.

아무리 애써도 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고, 나는 나를 탓하기에 바빴다.


무엇을 위해 7년을 버텼던 걸까.

그 시간 동안 선택할 수 있었던 선택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때, 한 번쯤 다른 걸 해볼걸.

그랬다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후회라는 검은 잉크가 내 마음을 짙게 물들였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차선을 택했다.

기존보다 조건이 떨어지는 곳에 합격했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미련이 가득했다.


"이렇게 된 데엔 무슨 뜻이 있겠지..."


스스로를 달래 보려 했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는 가닿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랴.

지금 내게 주어진 것 안에서 장점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하루의 휴무가 생겼고, 근무 시간도 달라져 내가 듣고 싶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나를 개발하고 돌볼 수 있는 시간으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도 이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우연히 보게 된 채용 공고 하나.

당장 내일까지가 원서 마감일이다.

순간 '이거다!' 하는 마음의 감동이 일렁였다.

솔직히 서류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느니 최선을 다하는 게 후회도 미련도 없을 것 같아 서류를 넣었다.


1차 서류 합격.

2차 면접 통보를 받았다.


이 면접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여겼다.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

마음을 다지고, 면접관 앞에서 어버버 하지 않도록 준비한 내용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믿었다.

그리고 면접 날.


결과는, 합격이었다.


아..그랬구나. 이러려고 그랬나보다.

7년 다닌 직장과 안녕을 고하고 기존보다 못하지만 새로운 곳에 터를 닦게 된 것이.


혹시나 싶어 현 사수가 된 구 면접관에게 물었었다.

나를 왜 뽑게 됐냐고.

그랬더니 여러가지 이유를 말해주는데 그 중 한가지가 시간이 맞아서란다.


이로서 확실해졌다.

7년 다닌 직장에 붙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것과 오히려 기존의 직장에서 떨어졌기에 이 길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덕분에 나는 잘 되었다.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사람은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수많은 선택의 결과다.

그래서 현실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 텐데..."
"그건 기회였는데, 내가 바보 같아서 못 붙잡은 걸까...?"
"후회돼. 다시 돌아가고 싶어."

나 역시 이런 말들이 나를 집어삼키던 날들도 있었다.

그 속에서 몇 달을 허우적대며 종국엔 허우적대던 팔다리도 멈추고 스스로가 심연 깊은 곳으로 가라앉힐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그 위치에서 잘 됐을 거란 걸.

자리에선 또 다른 꽃이 피었을 거란 걸.


그리고 실패라 여겼던 일이 사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환점이었다는 걸. 그래서 매일이 감사하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괜찮아. 결국엔 더 잘 될 거야.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걱정하지 마.”

이 말이,

때의 나에게 닿아 지금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듯,

지금 전환점에 선 누군가의 마음에도 따뜻하게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