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금요일 퇴근 길, 집에 가기 싫었던 이유

성큼 다가온 여름, 그리고 퇴근길의 작은 일탈

by 강라헬

며칠 내내 뿌옇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자 말끔히 그쳤다.

그 덕에 하늘은 씻겨나간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빛났다.

잔뜩 찌푸렸던 내 기분도 같이 개었다.

그런 금요일이었다.

바람은 살랑이고, 공기는 상쾌했다.

차창을 조금 열자 머리카락이 간질이듯 흔들렸고, 그 바람 사이로 봄의 냄새가 살짝 묻은 여름 냄새가 났다. 약간은 젖은 흙냄새, 갓 피어난 잎사귀 냄새, 그리고 어디선가 묻어온 기분 좋은 향기까지. 딱히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냄새였다.

그런 요소들이 원기옥처럼 모여서 출근길의 자동차 핸들을 꺾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평소보다 퇴근이 빨랐다.

아직 해가 지기 전, 하늘은 푸르고 창백하게 빛났고, 붉은 기운이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익숙하게 음악 앱을 켜고 익숙한 노래들을 들으며 서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도로는 평일 같지 않게 한산했다. 나는 오랜만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운전을 했다.


'지금 집에 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그 생각이 들자, 쥐고 있던 핸들을 살짝 틀었다.

평소엔 신호에 조급해하고, 앞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내가 오늘만큼은 그저 느긋하게 흘러갔다. 신호등이 바뀌는 것도,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도 괜히 영화 속 장면처럼 보였다. 차 안은 작은 나만의 극장이었고, 창밖은 아무 대사 없이 흐르는 풍경이었다.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 같은 설렘.

꼭 목적지가 없어도 좋은, 그런 기분.

누군가를 만나도, 누군가를 떠올려도 좋을 것 같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마침 차 안에는 노트북도 있고, 읽을 책도 있고, 종이와 펜도 있으니 풍경 좋은 곳에서 맛있는 차 한 잔 하면서 한 주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싶었다.

늦은 오후. 지금 이 기분에 어울릴만한 장소를 떠올리다 목적지로 달렸다. 이 간질간질한 설렘이 어디서 왔는지 굳이 따지지 않았다.

그냥, 성큼 다가온 초여름이었다.

그리고 금요일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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