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에 관한 고찰
어쩌다 보니 독립형태가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엄마가 차려주는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독립의 형태가 되다 보니 식사는 순전히 내 몫이 되었다.
어릴 때 단체생활 할 때는 식사당번은 내가 도맡아서 했었는데 그 기간이 십 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제는 하기 싫더라.
혼자 있는데 뭘 잘 차려 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대충 때우기식인데 한 번씩 잘 차려 먹을 때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이 함정이다.
일단 냉장고에는 밥이 항상 얼려있다. 언제든지 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게끔.
반찬이 문제인데..
사실 밥을 그렇게 잘 먹지 않는다.
예전에 학창 시절에는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먹었다면 지금은 하루 두 끼에서 한 끼 정도.
그마저도 밥이 아닌 다른 주전부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번 밥을 해놓으면 꽤나.. 오래간다는 거.
심지어 다이어트 기간에는 식단을 하기에 일반식은 먹지 않고, 그렇기에 더 오래간다는 건 울 엄마가 몰라야 할 진실이다.
카드 내역서를 보면 어쩔 땐 놀랄 때가 있다.
배민부터 요기요까지 어찌나 매일같이 다양하게도 시켰는지 배달음식이 카드값에 절반을 차지할 때면 '내가 이래선 안되지. 자중해야지..'
하면서도 일이 고단해서 밥 해 먹기 귀찮거나 입이 심심하면 '오늘은 이 음식이 땡기는군...'하면서 주저 없이 배달앱부터 여니 이것 역시 문제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다.
엄마는 말한다.
"호박 있는데 호박 가져갈래?"
"고등어 있는데 고등어 가져가서 구워 먹을래?"
"갈치 있는데 갈치 가져가서 무 넣고 지져 먹을래? 맛있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다양한 식재료를 나에게 주려고 하신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한다.
"완제품이야?"
"아니, 네가 해 먹어야지."
"그럼, 안 가져갈래."
"왜?"
"해 먹기 귀찮으니까."
어머니.. 소녀는 말이옵니다 실은,
양배추도 한통 사놓고 그대로 썩여 버렸어요.
순두부도 사놓고 날짜 지나서 버렸고요.
딸내미가 나이가 들더니 해 먹는 것에는 영~ 잼병이 되어버렸습니다.
배달음식 비중이 늘어가는 만큼 이제 자중을 해야겠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털어먹어야 되는데
나는 왜 내 통장을 털어 먹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