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계의 마지막 문장

관계의 끝에서 마주한 진짜 나

by 강라헬


돌이켜보면,

그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어려움에 기꺼이 손을 내밀었고, 복잡한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능력을 지녔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그는 예외였다.

나는 그에게 어떤 명확한 해답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존재, 때로는 나의 감정에 조용히 공감해 주는 따뜻한 사람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의 차분한 경청은 때때로 위안이 되었고,

나는 그에게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묘한 위화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의 속상한 이야기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냉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그때의 나는 왜 그의 진심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그의 본질을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처음부터 나와 쉽게 허물어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놓은 사람이었음을.

어쩌면 나는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의 전환점은 그의 뜻밖의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


“이건 네 편을 들어줄게.”


무심하게 던져진 그 말 한마디는, 그 순간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제야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나의 깊은 외로움과, 그에게 얼마나 간절하게 의지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어리석은 나의 기대를 자책하며, 다시는 타인에게 과도한 의존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가 적절한 마무리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듯, 그 역시 나의 가장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어느 책의 구절처럼, 필연적인 소멸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억지로 붙잡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제, 익숙했던 관계의 끝을 인정해야 할 시간이다. 슬픔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씁쓸함보다는 성숙한 이해로 이 순간을 받아들이려 한다.


안녕. 부디, 잘 지내기를.








#관계의끝 #자기성찰 #이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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