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을 사랑한 인어 Ep.2

신대륙 원정

by 류련

알레한드로는 피스떼라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일주일에 사흘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다른 사흘은 밭을 일구며 살았다. 나머지 하루는 책을 읽거나, 나무 조각을 주으러 다녔다. 그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나무꾼들이 버린 나무 조각 몇 개를 주워 팔찌를 만든다거나, 반지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다. 그는 옆집에 살던 로베르토와는 어려서부터 단짝이었다. 그가 처음 만든 조악한 팔찌를 가장 먼저 차본 건 로베르토였고, 알레한드로의 팔찌를 첫 번째로 구매한 고객도 로베르토였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만들거나,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알레한드로와는 달리, 로베르토는 마을 곳곳을 탐방하는 걸 좋아했다. 그의 단단하게 근육이 잡혀있는 정강이엔 멍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았고 피부는 까맣게 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알레한드로는 책 종이에 벤 자국만 손가락에 조금 있을 뿐, 뽀얀 피부에 근육 없이 마른 몸이었다. 알레한드로와 로베르토도 서로 다르다는 걸 알았지만 서로를 존중했다.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고 해서 이해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모습을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줬다. 마을 사람들은 저렇게나 다른 둘이 친하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아마 둘이 친한 이유는 그들의 부모끼리 친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알레한드로 부모와 로베르토 부모는 마을에서 태어나, 인어를 보기 위해 마을 곳곳을 모험하던 천방지축 4총사였다. 그들의 우정은 수분기 없는 빵처럼 단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강한 유대를 질투하던 아이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 마을의 큰 부자였던 페르난데스 집안의 장남 페르난데스 5세였다. 그의 집안은 정말 엄해서 그에게 밖에 나가 노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는 4총사를 가난하고 지저분한 아이들 취급했지만, 마음 한편에 그렇게 친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가끔 그는 4총사 중, 어느 누군가 한 명만 따로 있을 때, 그를 괴롭혔다. 자신들의 하인을 시켜 물 웅덩이로 밀거나, 넘어뜨리는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4총사는, 자신들 중 한 명이 그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할 때면, 3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페르난데스 5세에게 복수했다. 그의 집 앞에 몰래 가축의 똥을 던지거나, 진흙을 뭉쳐 그에게 던져서 그의 비싼 옷을 지저분하게 만들거나. 그들에게 페르난데스 5세는 악당이었고, 그를 응징하는 그들은 멋진 기사단이었다.


그러다 결국 그들은 둘 씩 짝을 지어 결혼까지 했다. 그들의 아이들인 알레한드로와 로베르토도 결국 그들만큼 절친한 친구가 됐다. 페르난데스 5세는, 적당히 이웃 마을의 부자 딸과 결혼 해 페르난데스 6세를 낳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그 4총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서도 부러워했다.


알레한드로와 알베르토가 16살이 되었을 때 신대륙이 발견되었고, 18살이 되었을 땐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로베르토는 18살이 되자마자 선원들을 따라 신대륙 원정을 떠났다. 그는 부모에게 허락을 받지 못할 걸 알았기에, 어느 날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배에 올랐다. 그가 마을 떠나 아메리카 항해를 떠날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알레한드로뿐이었다. 알베르토는 그에게만 귀띔했고, 알레한드로는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의 모험심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는 다만 알베르토가 건강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정확히 로베르토가 신대륙으로 떠난 지 보름 만에, 신대륙으로 가던 배 한 척이 해적에게 습격 당해 반파됐고, 피스떼라로 떠밀려 왔다. 그 배에 생존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 생존자는 그 배를 이끌던 선장이었다. 그 선장은 피스떼라에서 해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반파된 신대륙 원정선의 선원 명단이 배에서 발견됐는데, 로베르토의 이름이 있었다. 로베르토 부모는 그를 찾아가 로베르토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선장은 팔찌 하나를 건넸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알레한드로는 주저앉았다. 그 팔찌는 자신이 로베르토에게 만들어 팔았던 팔찌였기에. 알베르토의 부모는 울부짖었고, 알레한드로의 부모는 그들을 껴안으며 위로했다. 선장은 그들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했다. 알레한드로는 겨우 걸어가 선장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알베르토가 탄 배는 출항 때부터 이미 충분한 식량이 없었고, 훈련되지 않은 선원들 때문에 몇 가지 문제를 앓았다. 부족한 식량을 훔쳐먹는 선원들이 많았고, 식량이 없어지자 선원들은 서로 싸우다가 결국 살인까지 일어나게 된다. 선장은 신대륙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죽을까 두려워, 회항을 결정했다. 하지만 선원 중 가장 힘이 센, 그리고 식량을 훔쳐먹은 선원을 잔혹하게 살해한 '에스파다'는 반란을 일으켰다. 에스파다는 선장을 선실에 묶어 놓은 채, 제멋대로 운행을 한다. 그러다 아메리카에서 보물을 싣고 돌아오던 선박을 습격해 보물을 빼앗기로 한다. 그러다 해적들에게 둘러싸여, 습격한 선박에서 해적과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선장은 그 틈을 타, 배를 운행해 도망쳤고 뒤따라온 해적들이 대포와 총을 쏴 배가 반파됐다고 한다. 하지만 선장은 무사히 도망쳐 피스떼라까지 온 것이다. 선장은 로베르토 그 소년은 정말 착한 소년이었다며, 자신을 묶은 밧줄을 풀어주고 싸우러 다른 배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로베르토는 빈 손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다고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친구를 만나거든 팔찌를 전해주라며, 팔찌를 벗어 선장에게 줬다고 한다.


그렇게 로베르토가 신대륙 항해 길에 죽었다는 소식이 마을 전체에 퍼졌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무모한 모험심이 그를 죽였다고, 로베르토의 부모가 불쌍하다고. 그리고 마을의 모든 부모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모험하지 말고 마을에서 가정을 꾸리며 조용히 살라고 다그쳤다. 헛된 꿈을 꾸거든, 로베르토처럼 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알레한드로는 알베르토를 죽인 해적이 미웠다. 다른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해적은 낭만적이지도, 권력을 깨부수는 집단도 아니었다. 그저 약한 사람보다 더 약한 이를 착취하고 죽이는 비겁한 존재였다.


그렇게 알레한드로는 19살이 되는 날, 해군에 입대하기로 했다.

인어의 보물을 찾아 돈을 버는 것은 물론이요,

알베르토를 죽인 해적을 꼭 소탕하겠다는 마음도 강하진 않지만 마음 한 켠에 조금씩 자라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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