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의 묘미

어둠 속에서도 발견되는 것들

by 강설


“산책 갈래요?”


오후 10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시간이지만 남편에게 산책제안을 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물통에 물을 한가득 채워 담았다.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공기가 물러가고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맞잡은 두 손에 진득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기분 좋은 온기만 가득했다.


저만치 어렴풋이 보이는 몽글몽글한 주홍빛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모습, 능소화가 곱게 피어 있었다. 달빛이 닿지 못한 곳,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비추는 능소화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주홍색을 선호하지 않는 나임에도 늦은 밤에 발견한 빛깔은 아주 곱고 선명했다.


가로등이 알려준 주홍빛깔


터벅터벅. 동네 이곳저곳을 걷던 중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건조한 보도블록 위를 유연하게 움직이는 지렁이였다. 지렁이 역시 달빛보단 가로등빛이 발견하도록 도와주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촉촉한 몸통이 반짝이고 있었다.


늦은 시각, 집을 나서자는 말에 응해주고 자꾸만 무언갈 발견하고 발견한 것은 꼭 관찰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탓에 몇 번씩 멈춰서는 걸음이지만 남편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봐주었다. 눈을 마주쳐야만 사랑이 느껴진다는 생각 했는데, 어리석었구나. 서로의 눈동자를 보고 있지 않더라도 우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본다는 것.

이 역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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