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저 두 개와 컵 하나

by 강설


24년 11월 결혼을 알리며 가족들로부터 선물을 많이 받았다. 커다란 가전은 아직 우리 부부에게 필요치 않았기에 비교적 자그마한 것들을 받았다.


매일 저녁을 직접 차려먹기 위해 필요한 식기는 한국도자기에서 일하고 계신 외삼촌이 결혼선물로 전해주셨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 있던 그릇, 접시, 컵은 대부분 한국도자기 것이라 나에겐 특히 익숙한 브랜드다. 엄마를 통해 흘러온 사랑이 형태를 입어 우리 부부의 식사를 담아준다고 생각하니 뭉클하기도 했다.

2인조 세트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외삼촌은 4인조 세트와 수저, 커피잔 세트, 컵 세트까지 한가득 챙겨주셨다.



다양한 요리와 음료를 담고 떠먹으며 상한 곳 없이 지내던 중 희미한 실금을 마주했다.


남편은 저녁식사를 마치면 싱크대 앞에 선다. 배 부분이 축축해져도 아랑곳 않고 최대한 하루의 마지막 설거지를 책임지기 위해 애쓴다. 초기에는 밥그릇에 남아있는 밥풀과 새야 한 그릇 표면에 달라붙은 빨간 고춧가루에 말리기도 했지만, 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니 그저 고마워하고 격려하는 게 옳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마음 쓰지 않았다.


챙.


도자기가 공중에서 순식간에 하강하며 만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살펴보니 깨진 것은 없었다. 나보다 놀랐을 남편의 등을 토닥이며 함께 안도했다.


다음 날, 낙상의 충격이 꽤 컸는지 커피잔 하나에 흠집이 생겼다. 당장 두 동강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기다란 실금을 발견하곤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달그락거리며 버릴 채비를 하는 내게 남편은 사과를 건넸다. 에이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으니 됐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들어오던 말이 자연스레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함께 차와 커피를 담아 마시던 커피잔이 하나 사라진다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그럼 더 예쁜 것으로 사야지 하며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난 새 커피잔을 들이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음에도 구매까지 이어지질 않았다.


짝이 없는 소서도 정리해 버리면 살 마음이 더 생기지 않을까 했지만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찬장을 열어 소저 두 개 위에 하나의 컵이 포개어진 모양을 볼 때면 내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서툰 손길로 설거지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컵 하나를 잃은 사건은 내게 속상함이나 원망으로 기억되기보다 내게 사랑을 표현하려 애쓰는 남편의 다정함으로 남았다.


둘 씩 짝 지은 것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