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맞이했다고 하지만 창밖으로부터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와 따사로운 햇빛은 여전하다. 아직 남아있을 여름 끝자락에 민숭민숭한 손톱과 발톱이 괜히 아쉬웠다. 마음에 드는 색과 파츠로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맘에 내내 손톱을 기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다, 하고 네일숍을 뒤적거리던 중 낯익은 이름의 연락이 도착했다.
“내일 점심 먹으러 올래? “
날 이모로 만들어준 친한 언니의 카톡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남자 아기가 있는 그 집에 또 초대받은 것이다. 남편의 부탁을 해결하느라 조금 늦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하다 엄지손톱이 커다랗게 보였다.
아, 이대로는 안되지. 휴지 한 장을 테이블에 깔아놓고 길게 자란 손톱을 뚝뚝 잘라냈다.
반짝이는 것,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는 나지만 영아를 만날 땐 신경 쓰인다는 걸 안다. 4년 가까이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 더더욱 잘 안다.
귀한 게 생기면 좋아하는 것들이 바뀐다. 억지로, 혹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포기한다기보다는 ‘좋다’, ‘예쁘다’라고 명명하던 것들이 변화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열이 많아 민소매를 자주 입는 아가의 살결에 상처 나지 않도록, 가까이 다가와 안아주었을 때 찔리지 않도록 손끝을 준비한다. 내 손에 힘을 잔뜩 줘버리면 뭐든 조심스레 만지게 된다는 걸 알기에.
마음껏 사랑스러운 아가를 쓰다듬고 안아주는 일,
정말 좋은 것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