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참 편한 시댁
중복이 지나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남편과 나는 머리 미용을 결심했다. 난 별다른 손질 없이도 스타일링이 완성되는 ‘히피펌’을, 남편은 옆통수를 시원하게 밀어 넘기는 ’ 바버샵‘스타일을 골랐다.(컷 이름이 있던데 잘 모르겠다)
원체 숱이 많은 남편이라 양 옆 머리카락을 밀었는데도 머리카락이 풍성했다. 역시 내 취향이군, 하며 멀끔히 완성된 남편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일요일 아침, 매주 교회에서 뵙는 시부모님은 바뀐 남편의 헤어스타일을 보시곤 한 마디 하셨다.
“김정은이야?”
귀 쪽 머리가 사라진 모습을 보고 시아버님의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어머, 너무하세요!”
“가족인데, 뭘.”
소탈하게 웃으시며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평범한 대화이지만 내겐 참 신기하다. 자주 놀리시는 아버님, 입술 한 번 삐죽거리곤 아무렇지 않은 남편, 그 모습을 보고 활짝 웃고 계신 어머님.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토라지지 않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가 된 것만 같다.
말 한마디, 눈빛 한 번에 누군가 마음 상하지 않았나 주변을 살피고 서로의 말속 뜻을 대신 전달해 주며 전전긍긍하던 시절을 지나 편안하게 웃고 잠잠히 있을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그래도 김정은은 너무 하셨어요,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