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손흥민을 위한, 손흥민에 의한 아시안컵
주말 동안, 남편이 거실 소파에 앉아 아시안컵 축구 다시 보기 하느라 거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내 책상이 거실에 놓여있고 바로 옆에 TV가 있다.
글 쓴다고 앉았는데, TV볼륨을 있는 대로 올린 채 사이비종교 부흥회 신도처럼 탐닉하는 남편으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렸다.
호주 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경기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지금까지의 경기를 다시 보는 게 아닌가!
참다못해 고함을 꽥 질렀다.
-사람 좀 살자, 제발 손흥민 종교에서 벗어나!
-키이야아! 신께서 대한민국에 저런 선수를 주시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 이리 와서 같이 보세!
-나는 두 번은 안 봐. 그리고 손흥민 선수 보면 박탈감이 느껴져. 남의 아들은 저리 잘났는데, 우리 아들들은 뭐하나 싶어서….
-아들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어? ‘신사임당 같은 엄마도 있는데 우리 엄마는 왜 함량미달일까?’라고 말이야.
-푸하하하하… 그건 뭐어 정답이네! 인간은 늘 자기중심적….
-나보다 잘난 사람을 미워하면 평생 그 사람 아래일 수밖에 없어. 축하해주고 박수쳐 줘야지.
-당신은 안 그래? 본인보다 잘났다 싶은 사람 만나면?
-나보다 잘난 점은 부러워하되, 연구하지.
-….
남편 출근 후, 조용한 거실에서 신흥종교 신자 되어, 호주 전을 재 감상했다.
손흥민의 발에서 떨어진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전율하며 방언이 터졌다.
-!@#$%^&*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더니, 어수선한 정치권 속 진정한 영웅이 탄생한 듯하다.
“호주와의 경기 연장전 프리킥… 그보다 위대한 예술을 어느 누가 창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