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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Aug 19. 2023

엄마의 요양병원

9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살고 있던 봉천동 집에 어머님을 모시려고 사용하지 않던 방을 추가로 계약하고 어머님 오시기를 기다렸는데 계속 거절하셨다.     


그러기를 몇 년 정말 우연한 기회에 엄마가 계신 집과 10여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현재 살고있는 아파트를 계약하였다.


2년인가 3년이 지나 입주하였고, 금요일 퇴근때 혹은 주말 오전, 엄마를 집으로 모셔왔고, 월요일 출근길에 엄마집에 모셔다 드리기를 반복하였는데, 그나마 안도의 한숨 돌리는 기회가 되었고, 또 옆에 계시니 든든하기도 하였다.     


엄마가 집에 오시면 제일 먼저 목욕시켜 드리기, 침대와 침구 청소하고 편하게 계실 수 있게 분위기 만들기, 소소한 옛날 이야기들 등등... 그런 일상들이 좋았다.     

당시 상황을 조금 설명하면 작은아이가 “본태성 백혈구 증가증” 진단을 받고 치료하고 있었고, 아이도 아파 힘들었지만, 집사람도 아이 문제로 많이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마음으로 의지할 곳 없었기도 하였을 때, 주위의 권유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고, 세례를 받기위해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다.     


집사람은 대부분 엄마를 모시러 갈 때 같이 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엄마 오시면 필요한 것을 준비하거나 하였는데, 그날은 그러니까 엄마가 사고 나던 날 아침에 내가 모시러 갔고 집사람은 성당에 공부하러 가 있었고, 공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엄마를 모시고 집사람에게 가기로 하였다.     

그래서 나 혼자 엄마집에 가서 냉장고도 살펴보고 뭐 필요한지 보고 우리집에 가시자고 하였더니 엄마는 

“어멈은 왜 안왔노?” 

“아~ 성당에서 공부하고 있어서요.” 


지금 끝날 시간이니까 가시자고 했더니 갑자기 손님이 오기로 했으니 나중에 가신단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성당에 들려 집사람과 같이 집으로 가면서, 손님 오신다고 하니 오후에 전화해보고 모시러 가자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1시간쯤 지난 무렵 둘 때 누이로부터 전화가 와서, 

“너 지금 어디 있냐?” 

“큰일났다, 빨리 정릉 XX목욕탕 가봐라” 

“뭔 소리야? 좀 전에 내가 정릉에 갔다가, 손님 오신다 해서 그냥 오고, 오후에 갈 건데....”


 엄마는 왜 그러셨는지 짐작은 하지만 나에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추측의 생각을 접고, 그 시간 엄마는 목발을 하고 동네 공중목욕탕을 가셨다가 사고를 당하셨다.

80이 넘은 고령에 다리까지 불편한 어른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데 탈의실에서 목욕을 하려고 욕실로 들어오시는 분과 동시에 문을 밀었고, 엄마는 밀려 넘어져 엉치뼈가 부서지는, 이른바 고관절 수술을 하셨고, 더 이상 걸어 다니는 것을 포기하여야만 했다.     


이후 엄마가 다친 문제를 형제들도 나에게 더 이상 왜 다쳤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나도 변명을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그 문제로 나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였다.     


내 탓이로소이다.


덧붙이는 말

그 작은 아이가 오늘(23. 8. 19) 세레를 받는다.

글라라

그의 아들은 레오

그의 남편은 프란치스코

그렇게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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