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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Aug 17. 2023

산삼은 누가?

얼마 전 친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뇌두도 좋고,  약성이 괜찮을 듯한, 산삼을 채취하여 같이 일하는 대표님 손주를 주라고 가져왔던 일이 있었다.     


산삼을 하는 사람들(심마니)은 알고 있는 말이지만 “독매”라는 것이 있고 “원앙매”라는 것이 있는데 이 친구와 나는 무조건 “원앙매”다. 이름에서 느끼는 그대로 팀으로 산행하였을 때 없어도 즐겁고, 그날 상황에 따라, 있으면 기여도에 따라, 채취한 삼이 있으면 나눠 가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경험으로 보면 산삼은 늘 주인이 따로 있더라.     


암튼 그 산삼으로 이렇게 저렇게 잘 끓여 손주에게 잘 먹이면 감기 걸리지도 않고, 잘 자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이다. 나 같으면 이건 “아내에게 먼저 준다.”고 하였는데, 그 산삼을 받은 대표는 갑자기 “엄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까?”라는 우문현답을 고민하였고,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람들 대부분 참 재미있는 의견들이 많은데, 대부분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손주에게 준다.”에 표를 던졌고, 조금 젊어 보이는 분들은 “아내에게 준다.”에 표를 더해주었다. 물론 개중에 “그냥 드세요... 나중에 본인이나 아내가 아프면 누가 똥 치워줄 줄 아세요? 그러니 그냥 드세요... ” 뭐 모두 틀린 말은 없다. 다 맞는 말이다.     


옛날 같으면 “네가 황희정승이냐?” 하고 핀잔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심리학자들이 보면 “인지부조화”로 “행동과 신념이 다른 놈이다.”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의견을 주신 한 분 한 분 다 읽어 봤는데, 나름대로 논리정연하다.

”아이들은 나중에도 먹을 수 있다.“

”공개하는 순간 아내 몫이네. 자네는 선택권이 없어.“

”고생한 아내요... “

“삼은 저 세상 갈 때 빨리 숨이 안끊어 진다고 울엄니는 안드십디다”

“사모님께 드리시면 알아서 하실 듯 합니다. 결정의 공은 넘기는거죠 ^^” 탈무드에서 본 듯 한 내용 중 “반으로 짜르는 권한”과, “선택하는 권한”을 나눠주는 지혜를 차용했다.

따님은 ”자식이 태어나도 내가 항상 우선이여야 돼, 알지?ㅋ 나이 들어서 벽에 똥칠해도 치워줄 사람은 나 뿐인거 명심ㅋ“ 아빠 드시라고 아예 대놓고 귀요미 협박이고,

아내되는 분은 ”물론 저라면 고민 없이 손녀 먹이고, 한겨울 내내 감기 없이 건강하게, 그리고 우리 나이에 약발도 안받으니 우리는 밥심으로 살자.“

다시 정리해 보면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내리사랑이고, 젊은 사람들은 아내 사랑이고, 자식세대들은 부모사랑이다.

이러니 내가 ”누가 틀렸고“, ”누가 맞았다.“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 넌 누구를 줄 건데?”라고 물으면 나는 단호하다.

“나는 아이들보다 아내에게 먼저 준다.”에 한 표다.

내가 아이들보다 특별히 아내를 사랑해서도, 아니면 아이들을 아내보다 덜 사랑해서도 아니다. 다만 아내나 나나 살아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아, 아이들에게 “엄빠” 돌봄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고, 엄빠를 돌보는 시간보다 너희들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너희들의 삶을 더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다.     


아! 나는 진정한 휴머니스인가보다. 

아이들도 사랑하고 아내도 사랑하는....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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