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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Jul 27. 2023

옆집 남자

아마도 2000년 밀레니엄이 오기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4가족이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곤 하였던 그야말로 가족같은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국내 여행을 가면 일부러 작은 숙소를 구하는데, 방을 2개만 예약해서, 아내분들이 자는 방과 남편들이 자는 방으로 만 구분하고 늦게까지 술 마시고 떠들고 놀다 “이제 잡시다” 하면 빠르게 거실 술판을 정리하고 방으로 가서 각자 침구를 깔고 덮고 잠을 청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요즘은 조금 덜하기는 하는데, 예전에는 술을 마시면 거의 100% 코를 골면서 잠자기 때문에 늦게 잠들면 내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자는 이유에서다.          


물론 아내분들은 요즘도 매월 모임을 하지만, 4가족 부부는 3달에 1번 정기적으로 같이 만나 한 잔씩 하고, 이 정기적인 모임 말고, 때때로 남편들끼리 의기투합해서 한 잔 하기도 한다. 이 모임이 참 재미있는 모임인데, 원래 이 모임은 아내들은 옛날 직장 동료였고 결혼하고도 자주 만나다가 우연히 남편들도 자리에 합석을 하고 난 후 아예 고정적으로 그렇게 만나곤 한다. 이름하여 아내분들 모임 이름이 “화사회”다.      

    

나이 들어 뭐 특별히 화사할 것 있을까 마는, 그래도 마음은 장미꽃보다 더 화사한 분들이다. 그래서 “화사회”라는 이름에 대한 연유를 알아보았더니, “火四會” 즉 매월 4번째 주, 화요일 만난다고 해서 “화사회”다. 한 글자 앞뒤로 바꿔 멋진 이름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기왕지사 남편들도 “화사회”에 합류하여 모임을 함께 하고 있으니 “남편들도 이름을 만들자”라는데 동의해서, 남편들 이름을 “화빈회”라고 지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 과장하면 아예 “화사회”에 빈대 붙어 얻어먹으려고 작정한 모임이라 해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     


그랬더니 함께하는 박희봉 교수께서 반기를 든다.

“그게 아니고 우리는 [화려한 빈대]”란다.

그 말이 그 말이지...

아닌가?     


아무렴 어떤가? “화사회” “화빈회” 모두 나쁘지 않다, 꼭 따져봐야겠다면 “빈대”는 중국말로는 따로 있지만 17세기부터 사용하는 우리말이니 한자로 바꿀 수 없고, 찾아보면 “貧” 가난할 빈도 있으니 이것도 괜찮다. 언어는 의사 소통을 위한 것이고, 이것을 문자라는 수단으로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이니, 따질 일은 아닐 듯 하고, “화려한 빈대”든 “화사회 빈대붙은”이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이 모임에 힘이 되어 주시고 아끼고 모임 주선해 주시는 분은 “김윤찬” 형님이시다. “그분 아니면 이 모임 벌써 깨지고, 흐지부지 되었을 거야. 그러니 딴지 걸지 말고 당신이 더 잘해...” 가끔 아내가 밥상머리에서 하는 이야기다.      

    

그건 그렇고...

언젠가 이 모임, 한잔하는 자리에서 박희봉 교수께서 나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강박사는 왜 아침마다 고여사 아침상을 차려주는 거야?”

“아니 그럼 내가 차려주지!, 아침부터 옆집 남자 불러 집사람 아침상 차려달라고 할 순 없잖아!”     


나만의 생각이지만 愚問賢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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