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오늘 인터넷 기사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 현재 30살인 여자분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대학생 때부터 자기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거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고 다녔던 친구라고 한다. 결국 그 친구는 25살에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 친구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지금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라는 기사였다.
부럽기도 하겠다. 돈만 보고 결혼한 것 같은데 5년이 지난 지금 보니 현실적으로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사실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종종 있긴 하다. 첨부터 금수저, 아니 금수저까진 아니더라도 은수저 집안 친구가 금수저 집안과 결혼하는 그런 현실 말이다. 재력과 집안, 현실적인 것을 기준으로 결혼함에 속으론 '결혼생활이 아름답진 않을 거야'라는 기대를 무의식적으로 해보지만 이들은 생각보다 꽤 잘살고 행복한 것 같다. 페북이나 소문으로는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사실문제가 없는 집안이 어디 있나? 말을 안 할 뿐이지)
기사에 30세 여성분이 씁쓸함에는 '나도 그렇게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어야 했나?'라는 뉘앙스가 남아있었다. 난 이 생각에 강렬하게 반대한다. 친구가 행복해 보인다고 그 친구의 행복 방정식이 나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혼한 친구는 '돈'이 행복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척도일 수 있다. 다른 요소가 부족해도 풍족한 경제력이면 외로움 따위 것들은 견딜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럼 그 친구는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행복을 부러워할지언정 그 친구의 행복 방정식을 따라 하려 하는 건 정말 무모한 일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많은 소개팅을 했다. 정말 좋은 집안의 자녀분들도 있었고, 본인이 전문직인 분도 계셨다. 뭐, 이런 분들이랑 결혼하면 풍족한 경제력으로 편리한 생활을 하는 건 당연지사겠다. 하지만 난 나의 행복 방정식을 안다. 경제력이 기준이 되는 행복 척도가 일반인들보다 낮고, 자기 성장에 대한 욕심이 크며, 사람과 삶에 대해서 함께 대화함에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경제력이 뛰어난 여자분들에게 그렇게 끌림이 오진 않았다. 물론 어르신들은 이런 말을 하시겠지. "잘 만나봐, 그래야 결혼이 편해. 돈 없으면 불행해"그래요.. 제가 근데 돈이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돈은 적당히 벌고, 저랑 삶의 방향성이 같은 사람이랑 있어야 행복할 것 같다고요.
근데 이런 관점이 연애나 결혼뿐이 아니라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고액 연봉을 받는 회계사나 뭐 그 밖에 다른 일을 하는 전문직들을 보며, '나도 저런 걸 해야 했어' 하며 씁쓸해하는 건 그냥 투정이 아닐까? 나는 의사들이 하는 일을 비위 상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회계사처럼 딱딱한 숫자들을 종일 보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고액 연봉을 받기 위해 매일 새벽까지 일하는 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일까? 그 사람의 행복 방정식과 동일한 방정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나도 그랬어야 했어'라는 씁쓸한 멘트는 정말 부질없는 게 아닐까?
돈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면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거나 본인이 돈을 많이 벌면 되고, 소통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면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되고, 함께함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면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 남의 행복은 부러워할 수 있지만, 남의 행복 방정식을 부러워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