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2016년 1월

by Ten

"어떤 남자를 좋아해요?"라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들었다. "말이 잘 통하는 남자요" 말이 잘 통한다라.... 뭘까? 단순히 재밌다는 건 아닐 거 같고..


그래서 말이 잘 통한다는 건 어떤 건지 물어봤다. "대화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관심사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사람" 대화가 끊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혼자 주절주절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건 소통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이니깐.. 그럼 둘이 서로 말을 많이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고, 다시 질문하고...


예전에 소개팅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항상 소개팅에서 최선을 다해 예의 있게 대한다. 그 시간 만큼은 이야기도 많이 하려 하고, 질문도 많이 하려 한다. 침묵은 불편하고 어색하고, 만났는데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깐 말이다. 근데 상대방이 내게 관심이 없을 땐 곤란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주말엔 보통 뭐하세요?"라고 물으면 "그냥 자요" 그리곤 침묵, 다시 질문 "그럼 여행 좋아하세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물으면 "요샌 바빠서 여행을 못 갔어요" 그리곤 침묵.. 계속 이 패턴을 반복한다. 그리곤 마지막에 여성분은 이런 말을 슬쩍 흘린다. "면접 보는 거 같네요"


이런 시부랄... 당했다. 예의 차려서 관심 가져주고 서로 이야기할 만한 주제를 찾으려는 노력이 면접 보는 거 같다는 굴욕을 선사했다. 역시 첨부터 내게 관심이 없는 게 보인다면 예의고 뭐고 쿨하게 그냥 박차고 빨리 헤어지는 게 답인 건가 싶다.


그런 점에서 말이 잘 통한다는 건 누군가 말을 잘한다는 의미는 아닌 거 같다. 그냥 서로 관심이 있는 상태라면 말이 잘 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서로 관심을 가지고 서로 배려하고 서로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서로 질문을 하게 되고, 침묵이 흐르면 누가 할 것도 없이 먼저 질문을 던진다. 대화하기 위해 서로 노력을 하니 대화가 어지간해서는 잘 통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공통 관심사가 없으면 대화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생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관심과 노력의 문제인 것 같다.


예전 여자친구는 에세이를 참 좋아했다. 난 에세이는 보지도 않는 남자였다. 근데 에세이는 아니지만 여자친구에겐 관심이 있었다. 에세이가 공통 관심사는 아니었으나 계속 질문을 하게 됐다. "에세이를 읽으면 어떤 게 좋았어?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야?"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내가 모르는 주제가 대수랴... 모르면 물어서라도 대화를 하고 관심을 끌어야지. 상대방도 내게 관심이 있다면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면서 대화를 이어나가기 마련이지 않나?


결국 뭐냐..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란 서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아닌가? 서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질문하고 알아가려는 노력하는 사람 아닌가?


내가 아무리 재밌게 말하고 많이 궁금해해도 상대방이 내게 관심이 없으면 난 그냥 소개팅에 나온 면접관이 되는 거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엄청 재밌고 즐거운 대화 잘 통하는 남자가 되는 거다.


또 다른 여자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이 좋으면 뭘 해도 좋아 보이고
사람이 싫어지면 숨 쉬는 것도 꼴 보기 싫어지더라

뭐.. 나도 누군가에게 정말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였을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소개팅 나와서 귀찮게 질문하는 면접관이었을 거다. 그니깐 그냥 흘러가는 대로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만나야겠다.

일단 오늘은 영화 한편 보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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